기계치란 말야

아이폰X 출시, 프리미엄폰 경쟁이 우려스러운 이유

새 날 2017. 11. 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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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등학생들이 몸에 지니고 다니는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진다. 최근 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3년생 한 녀석이 휴대폰을 바꿨다며 자랑을 해왔다. 귀여운 데가 전혀 없지는 않은 녀석이었던 터라 나름 열심히 관심을 가져주는 척했다. 가만히 보니 요즘 TV나 스크린 광고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최신폰이었다. 외관만으로도 주변의 다른 폰들을 단번에 압도할 만큼 모양새가 미끈하게 잘 빠진데다가 그에 비례해 크기도 훌쩍 커져 있었다. 


홍채와 음성 인식 등 묻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기능들을 줄줄이 읊는 녀석이었다. 그럴 때마다 얼굴에서는 무언가 뿌듯함 따위의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 조심스레 묻어나오고 있었다. 흐흐 귀여운 것.. 대충 셈하더라도 해당 휴대폰의 가격대는 100만 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 같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건 이 값비싼 고가의 휴대폰을 녀석뿐 아니라 꽤 많은 아이들이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겨울철만 되면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는 고가의 유명 브랜드 패딩 점퍼를 아이들이 마치 유니폼처럼 너 나 할 것 없이 갖춰 입고 다니는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즉, 소지하고 있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현시키려 하며, 아울러 또래 집단 속에서 소외 당하지 않고 같은 일원임을 인정 받고 싶은 욕망 때문에 주변 친구들과 비슷하거나 같은 제품을 소유하려는 심리적 기제의 일종이다. 


어른들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특정 브랜드의 고가 휴대폰은 어느덧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소지하는, 본격 국민폰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그런데 최근 이보다 더 센 놈이 나타났다. 다름 아닌 애플이 아이폰 탄생 10주년 기념작으로 출시하기로 한 아이폰X다. 이의 국내 출고가는역대급인 160만원대(256GB 기준)로 책정됐다. 


얼마나 많은 수량의 아이폰X가 판매될 것인가는 관련 업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분위기는 제아무리 충성 고객 내지 덕후가 많더라도 적어도 이번 제품만큼은 가격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과 10주년 기념작이라는 일종의 한정판으로 인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살 사람은 모두 구입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의 양 갈래로 나뉘고 있는 상황이다. 


ⓒ노컷뉴스


160만 원은 결코 만만한 가격대가 아니다. 시간당 7530원인 내년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할 때 매일 8시간씩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해야 만질까 말까 할 정도로 큰 액수다. 한 끼 식사를 8천 원이라고 한다면, 이를 통해 200끼니를 해결할 수 있으며, 2천 원짜리 아메리카노 커피 800잔을 마실 수 있는 액수다. 웬만한 성능의 맥북 한 대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기도 하다. 


더구나 애플은 이제껏 그래왔듯 우리나라에서만 또 다시 고가의 정책을 들고 나왔다. 256GB 제품을 기준으로 일본보다 36만원, 미국보다 35만원이나 더 비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한다. 한국이 애플의 봉이냐는 볼멘소리는 괜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번에도 애플이 우리나라에서 꽤나 많은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기존 충성 고객뿐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변 사람을 의식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사회 저변에 여전히 팽배한 상황에서 오히려 고가일수록 차별화 포인트라 생각하거나 일종의 정체성, 심지어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필수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유달리 강하기 때문이다. 160만 원이라는 가격대의 저항선, 물론 만만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서 출시된 국내 브랜드의 최신폰들이 이미 가격 저항선을 뚫고 심리적 마지노선마저 한껏 높여 놓았기에 약간의 주저함이 있을지언정 이조차 곧 허물어지리라 예상된다. 



서두로 관심을 잠깐 돌려보자. 아이의 휴대폰 얘기를 마저 하려고 한다. 아이는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어도 배가 부른 듯 뿌듯하다고 말한다. 왜 아닐까 싶다. 무려 1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가격대의 제품이거늘.. 휴대폰을 자신의 인격과 동일시하는 상황이라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결과물일 것도 같다. 그런데 어느 날 실수로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 귀하디귀한 휴대폰의 옆구리가 조금 깨지고 말았단다. 


하필이면 뒷면을 감싸는 하우징과 액정의 경계면이 동시에 패이는 바람에 둘 모두 손상을 입게 된 것이다. 아이는 흡사 자신의 몸이 다치기라도 한 양 몹시 아파했다. 아니 자신의 몸이 아픈 것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작은 흠집에 불과했기에 나 같으면 그냥 사용할 것도 같은데 아이는 이를 못견뎌했다. 많은 비용을 들였으니 어찌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결국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하우징과 액정 모두를 교체할 계획이란다. 워낙 고가의 제품이라 이 정도의 수리만으로도 기십 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 같단다. 



우리네 가계 통신비의 부담은 자꾸만 늘어간다.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장점과 커다란 잠재력으로 작용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볼 때 이는 통신비를 늘리는 주범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아울러 지금처럼 고가의 휴대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통신비의 부담은 가중되리라 예상된다. 


삼성이나 애플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프리미엄폰 전략은 안타깝게도 대중들의 휴대폰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리며 가계의 통신비 지출을 크게 증가시킬 공산이 크다. 게다가 이를 사용하는 대중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본전을 뽑겠노라는 요량으로 지금도 스몸비족 증후군 때문에 충분히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에 기름을 부으며 더욱더 휴대폰에 집착하게 하고 자칫 병적 증상으로까지 이어지게 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제조사들의 프리미엄폰 전략 경쟁이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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