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치란 말야

티스토리 빅픽처? 신뢰할 수 없는 이유

새 날 2017. 10. 1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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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이래, 카카오의 다음 지우기는 집요하면서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돼 왔다. 사실상 포털 '다음'의 명칭 등 껍데기만 남아 있을 뿐 다음의 색채는 완전히 물이 빠진 무채색의 상황이다. 다음의 핵심 사업엔 줄줄이 철퇴가 가해졌으며, O2O를 표방하는 카카오의 서비스들이 그 빈 자리를 모두 꿰찼다. 블로그 서비스라고 하여 예외일 수 없다. 현재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플랫폼은 도합 네 개나 된다.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는 카카오와의 합병 이전부터 운영돼 오던 플랫폼이며, 합병과 동시에 카카오는 '플레인'과 '브런치' 등 두 개의 블로그 플랫폼을 런칭하게 된다. 그러니까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는 '다음'의 색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플랫폼인 셈이고, 플레인과 브런치는 카카오 전용 색채를 띠고 있는 플랫폼이다. 카카오가 플레인과 브런치에 상대적으로 더욱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카카오가 블로그 플랫폼을 네 개나 운영해야 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플레인이야 모바일 전문 블로그를 표방하고 나섰으니 그나마 납득이 될 법한데, 브런치는 멀쩡히 잘 운영되고 있는 두 개의 비슷한 플랫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중복 런칭된 셈이니 사용자들이 의아해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 아닐까 싶다. 


카카오는 자신들의 손에 의해 탄생한 '브런치' 플랫폼에 온갖 공을 들이고 있는 입장이다. 티스토리나 다음블로그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이벤트와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반면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는 과거 블로그 전성시대를 누리게 했던 메타블로그 서비스 '다음뷰' 사업을 접으면서 일찌감치 주춤하게 됐고, 이어 카카오의 다분히 의도적인 외면으로 서비스가 방치되다시피 하면서 본격적인 쇠퇴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플랫폼은 다음블로그다.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나 서비스의 개선 없이 방치가 지속되다 보니 사용자들의 이탈이 대거 이뤄졌다. 더구나 카카오가 우수 블로그 선정 이벤트 폐지 등 전통적인 운영 방식에 변화를 꾀하면서 블로그 품질의 하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흡사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만이 무성한 텃밭을 연상케 한다. 그나마 티스토리는 사용자들의 활발한 활동 덕분에 트래픽이 높은 편이나 카카오의 티스토리를 향한 눈엣가시 같은 따가운 시선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건 아무래도 사용자들일 수밖에 없다. 티스토리 사용자들은 이러다가 서비스가 공중분해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드러내놓기 시작했다. 카카오의 브런치 사랑이 두드러지면서 이러한 불안감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메타블로그 서비스의 전격 폐지와 연례행사였던 우수 블로그 선정 이벤트가 사라지면서 카카오의 티스토리에 대한 애정의 깊이가 어느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 가늠케 하고도 남는다. 다음 메인 페이지가 개편될 때마다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에 할당돼 오던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티스토리 홈페이지에 공지 하나가 뜬다. 관리페이지 새단장 소식이었다. '너무 변화가 없어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는 한 티스토리 사용자의 글귀와 함께 이젠 걱정하지 말라며 이른바 빅픽처를 제시하고 나섰다. '그래, 무언가 변화가 없는 것보다는 이렇게나마 조금씩 변모해 가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빅픽처를 내세우면서 사용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는 사이 카카오는 뒤에서 더욱 집요하게 티스토리를 죽이고 있었다. 티스토리가 포털 다음 사이트에서 노출되는 빈도를 대폭 줄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검색 서비스마저도 우선 순위에서 브런치에 그 자리를 내주고 만다. 무엇을 검색하든 블로그 상위에 포진하는 플랫폼은 브런치였으며, 티스토리와 다음블로그의 글들은 몇페이지나 뒤로 밀린 뒤에야 나타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다. 포털 다음에서 특정 콘텐츠를 클릭하면 본문 아래에 '인사이드 다음'이라는, 카카오가 추천하는 그밖의 여러 다양한 콘텐츠가 쭉 뜬다. 블로그 플랫폼 중에서는 유일하게 브런치가 한 자리를 꿰차고 있으나 기존의 플랫폼인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는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아볼 수조차 없다. 이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건 다음이나 네이트의 검색창에서 검색어를 입력할 시 검색 결과가 뉴스나 SNS, 웹문서, 블로그 등의 채널 별로 화면에 뿌려지게 되는데, 앞서도 언급했듯 얼마 전부터 블로그 채널에 브런치를 최우선 순위로 등장시키더니, 이제는 브런치 전용 채널까지 별도로 만들어 제공되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결국 전용 채널뿐 아니라 블로그 채널에서도 우선순위를 점유하면서 화면에 중복 노출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블로그와 티스토리의 글들은 어떨까? 브런치에 밀려 몇 페이지 뒤로 넘어 가야 간신히 만날 수 있는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티스토리나 다음블로그를 위한 전용 채널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카카오는 티스토리 사용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앞으로 변화를 꾀할 계획이니 불안해 하지 말라며 나름 커다란(?) 청사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뒤에서는 오로지 브런치만을 위한 서비스 개편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자신들이 만든 플랫폼을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가 제시하고 있는 티스토리의 빅픽처에 신뢰가 가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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