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파격이 아니다

새 날 2017. 5. 13.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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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모한 것 같다. 이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비정상적이고 상식적이지 못한 세상에서 살아왔었는가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무려 9년 동안을 말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거들떠 보면 요즘 뉴스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올라온다. 정말 의외의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온통 기분 나쁜 소식과 말도 되지 않는 사건에 미간을 찌푸리며 일부러 눈과 귀를 닫은 채 살아오던 때가 불과 엇그제였는데, 이쯤되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놀라운 변화다. 


정치를 외면하기 바빴던 이들로 하여금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자연스레 정치에 관심을 갖게 했고, 촛불로 이를 승화시키더니 그 열기를 모아 어느덧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대선에서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큰 표차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사했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하더니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음을 불과 며칠 사이에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직접 증명해 보였다. 그의 거침없는 탈권위적인 행보에 박수 갈채와 탄성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연일 계속되는 행보에는 언제나 '파격'이란 단어가 따라붙는다. 스스럼없이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일반 직원들과 함께 직원식당에서 단체 급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는 등 과거 정부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소탈한 모습이 여과없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트를 벗을 때에도 비서진의 도움 없이 스스로 벗는 등 언론에 공개된 그의 행동만으로도 꾸밈없는 평소 행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뿐만 아니다. 부창부수라 했던가.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 역시 여느 동네 아줌마와 다름없는 푸근한 서민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뉴스1


대통령 내외의 이러한 소박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절로 웃음이 지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외려 이상할 정도다. 이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맞이하기 위해 우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내를 요구 받았으며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지 곰곰이 되짚어보니 정말로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결코 파격이 아니다.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응당 갖추고 있어야 하는 덕목인 까닭이다. 과거 지도자들이 이를 갖추지 못했을 뿐이다.


투표가 끝난 뒤 온라인에서는 기표와 관련한 사연이 조용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개표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한 사람이 남긴 트윗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후보들을 찍은 기표용지는 선 밖으로 나가는 등 애매하게 기표된 것들이 많았으나, 유독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용지에는 하나 같이 선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흔적이 역력했고, 선명한 형태인 데다가 아주 조신하게 기표돼 있더란다. 이는 자신의 한 표 행사가 자칫 무효표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에 노심초사하면서 모든 정성을 기울여 기표한 흔적으로 해석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던 듯싶다. 기표 당시 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아울러 흐리게 찍히지 않도록 가능한 힘을 모으고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집중력을 다해 기표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를 향해 기꺼이 한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의 마음은 이렇듯 모두가 한결 같지 않았을까? 오늘날과 같은 상식적이며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모든 정성을 쏟지 않았을까? 결국 그러한 에너지들이 모여 오늘날의 기적을 일궈낸 게 아닐까?



짐작컨대 유권자들의 이러한 뜨거운 바람이 작금의 흐뭇한 결과를 만들어냈을 테다. 괜시리 코끝이 찡해진다. 박근혜 국정농단사태가 불거진 이래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거의 반년 동안을 광장에서 열심히 촛불을 들고 상식적인 나라를 기원했던 그 염원이 모이고 모여 한 표 한 표마다 아로새겨진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이들을 중심으로 최근 인기 연예인들에게서나 볼 수 있었던 팬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를 칭송하는 글들로 연일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기몰이로 그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잃었던 학습효과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는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콘크리트라 칭했듯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다이아문드'라 지칭하고 나설 정도로 문 대통령의 인기는 뜨겁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악수를 청하는 아이를 향해 이를 외면하지 않고 무릎을 굽히면서 눈높이를 맞춘 채 그에 응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행동으로부터는 진정성이 강하게 묻어나온다. 이 아이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듯이 국민 모두에게도 미래의 희망으로 다가오는, 진정 서민의 편에 서는 국가 지도자로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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