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어야 하는 이유

새 날 2017. 5. 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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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사직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12년, 인터뷰를 위해 한 방송사를 찾았다가 출입을 통제하는 경비원에게 "니 면상을 보러 온 게 아니다. 너까짓 게"라는 막말을 퍼부었던 홍준표가 이번 19대 대선에서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선 건 그야말로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서민을 하대하고 막말을 퍼붓던 자가 서민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는 없다. "세월호 갖고 3년 해먹었으면 됐지. 얼마나 많이 울궈먹었냐.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이러한 표현 방식이야말로 서민의 말이라는 궤변까지 서슴없이 늘어놓던 그다. 


보수층의 구심력은 최근 홍준표 후보 쪽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보수세력의 궤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 저들은 19대 대선 국면에서 이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특정 인물을 택한다. 후보자 등록이 막 시작된 선거운동 초기엔 안철수 후보가 그의 유력한 혜택 대상이었다. 덕분에 한 자리 숫자에 불과하던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1위 문재인 후보의 등골을 써늘하게 할 만큼 위협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검증 단계를 거치면서 안철수 후보의 거품이 본격적으로 걷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이 다섯 후보 중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심지어 돼지 발정제 사건으로 구설에 오르며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해야 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TV 토론을 통해 그만의 독설과 막말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시작한다. 안철수 후보를 미심쩍어하던 저들은 이내 홍준표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안철수 후보의 주춤거림과 홍준표 후보의 등극은 지지층의 손바뀜과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저들의 생명력은 정말 질기디 질겼다.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건 진작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나 지금 같은 기세라면 세간의 표현대로 정말 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광기라 할 만하다. 


ⓒ데일리안


보수층의 세 결집이 본격화됐다. 나라를 결딴내고 국정농단을 일삼은 세력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뒤로 물러나도 시원찮을 판국에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후보를 내세우더니, 어느덧 보수의 아이콘으로 급성장해가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돼지 발정제로 성폭행을 모의한 과거의 더러운 전력도 저들에겐 결코 흠이 되지 않는 듯싶다. 보편적인 정서와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념을 기반으로 한 진영논리는 이번에도 굳건했다.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과 안보팔이를 끄집어내자 지지자들은 열광하기 시작한다. 흡사 블랙홀을 연상케 할 만큼 홍준표 후보의 주변으로는 강력한 구심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급기야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던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마저 대거 탈당, 집단 탈주극을 벌이고 만다. 자유한국당 행을 택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새로운 보수를 만들겠다며 호기롭게 새누리당을 뛰쳐나간 뒤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그들은 결과적으로 도로 새누리당이 된 셈이었다. 어이없다. 이번 대선은 이들의 역주행으로 인해 안철수 후보의 부침과 홍준표 후보의 급부상과 함께 이념 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됐다. 


여론도 홍준표 후보를 거드는 모양새다. 그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5월 첫째 주 적극 투표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홍준표 후보는 전주 보다 7.5%포인트 급상승한 19%로, 전주 2위이던 안철수 후보를 2.3%포인트 차로 앞섰다. 크로스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나라를 결딴내고 서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 세력이 거꾸로 서민 대통령을 표방하고 나선 건 한편의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국정농단을 일삼고 파면, 구속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병원행과 사면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가짜 뉴스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파렴치한 세력이 다름아닌 저들이다. 


신념이나 가치관 아울러 그 어떠한 명분도 저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이득 앞에서는 기를 못 편다. 이들의 이합집산은 결과적으로 한국 정치를 다시금 저만치 뒤로 후퇴시키는 원동력이 될 공산이 크다. 대통령 후보가 역대 최고인 15명이나 쏟아져나왔으나 종국엔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적 큰 틀의 싸움으로 귀착되어간다. 서민을 비하하는 막말을 퍼붓고, 가짜 뉴스와 거짓 선동으로 여론을 호도하며, 색깔론과 안보팔이를 통해 이념 갈등을 부추기는, 과거 20세기에나 보았음직한 인물이 오늘날 한국 정치판을 크게 흔들거나 더럽히고 있다. 


1주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대선이다. 보수세력의 결집으로 막판 혼전은 불가피해졌다. 한 나라의 수준을 저만치 뒤로 후퇴시켜놓고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며 오히려 뻔뻔스럽게 서민 대통령이라는 그럴 듯한 가면으로 포장한 채 권력놀음을 일삼으려는 자들에게 강력한 철퇴를 가하기 위해 우리의 한 표 한 표가 더없이 소중해졌다. 대세는 변함 없겠으나 향후 국정 운영과 관련하여 보다 큰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압도적인 표차로, 아울러 높은 투표율로 저들에게 화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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