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오보 남발하는 기상청이여, 분발하라

새 날 2016. 8. 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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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연일 이어지는 불볕더위에 어느새 심신은 녹초가 되어 버렸고 온몸은 파김치 모드로 급변했다. 불쾌지수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급기야 오늘 기온마저 정점을 찍고 말았다. 서울의 수은주가 37도를 넘은 것이다. 한낮에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노라면 숨쉬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뜨거운 열기가 지열과 한데 섞여 얼굴 쪽으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밤에 기온이 내려가면 다행이겠으나 낮 동안 에너지를 축적한 이 더위라는 녀석은 자신의 역량을 고스란히 열대야로 옮겨놓은 채 이를 있는 힘껏 발휘하고 있는 와중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 달 22일부터 5일까지 이틀을 제외, 무려 13일 동안 열대야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장마가 물러난 8월 들어서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대야와 싸우고 있다.


YTN 방송화면 캡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상청은 공식적인 열대야 예보를 하지 않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상청은 열대야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어도 예보를 하기는 곤란한 입장이라고 한다. 반면 이미 지나간 날짜의 열대야는 폭염과 함께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발표하고 있단다. 그러니까 열대야와 관련한 예보는 하지 않은 채 이미 지나간 날짜에 해당하는 결과만큼은 꼬박꼬박 발표하고 있는 셈이다. 기상청은 열대야란 폭염에 따르는 부수적인 현상에 불과하기에 별도로 예보할 필요가 없고 정 필요한 경우 대중들이 최저 기온을 통해 스스로 파악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상청의 태도는 못마땅하기 짝이없다. 평소 일기예보마저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마땅히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할 주체가 이를 마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도입된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는 532억 원의 가치로, 정부가 보유한 물품 가운데 가장 비싼 품목으로 등극한 바 있다. 한 달 전기료만 해도 무려 2억 5천만 원에 이를 만큼 어마어마한 비용을 잡아먹는 값 비싼 녀석이다. 이러한 좋은 장비를 갖춰놓고도 정작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형편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까 모르겠다. 특히 지난 달의 비 예보는 체감상 절반에도 이르지 못할 만큼 적중률이 바닥을 긁은 바 있다.


기상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가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기상청의 생각은 대중들의 그것과는 상당한 간극을 보인다. 지난 달 일기예보의 정확도가 무려 84.2%에 이른다며 자화자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0번 중 고작 2번밖에 안 틀렸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절반도 채 맞히지 못한 것으로 느끼고 있는 대중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까? 기상청을 '오보청'이니 '구라청'이니 하며 힐난하는 대중들의 정서에 무언가 큰 결함이 있기라도 한 걸까? 



물론 기상청도 밝히고 있듯 중장기나 장마철 예보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익히 잘 안다. 하지만 최근 기상청을 못 미더워하는 대중들이 늘며 우리나라의 일기예보를 외면한 채 외국 기상센터가 예보하는 날씨만을 참고하는 사례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컴퓨터는 다 무슨 소용인 거며, 84%라는 통계는 또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중들은 532억 원에 달하는, 정부 내에서 가장 비싼 물건인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이름값을 제대로 하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마도 컴퓨터는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터이기에 이 비싼 물건이 기상 자료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출력한 이후, 정작 이를 분석 예보해야 할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기상청 내부 전문가들의 분석 예측 능력이 영 미덥지 못 하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주영순 전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장마철 일기예보 정확도는 2012년에 52.3%, 2013년 40.1%였다가 지난 2014년에는 27.9%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기하게도 비싼 장비를 들여놓을수록 되레 정확도가 떨어지는 요술을 부리고 있는 중이다.


일기예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새삼스럽지가 않다. 최근 장마철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빈번하여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개인들의 사소한 불편함이야 일정 부분 감수할 수는 있다. 하지만 기상과 생업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경우 이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농어업인과 관광 레저업계, 지역 축제 관련자, 자영업자들의 경우 예보가 빗나간다면 자칫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기상청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YTN 방송화면 캡쳐


특히 전력수요를 예측하여 공급 예비량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에 있어 기상 오보는 자칫 치명적일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과 직결되는 아주 중대한 사안이다. 최근 최대부하전망 책정이 어긋나 공급예비율 예상이 2년 만에 처음으로 10% 미만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력수요가 순식간에 급증, 전국 전력공급이 모두 끊겼던 지난 2011년의 블랙아웃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전력거래소는 기상청의 정확하지 못한 일기예보를 탓하고 있다. 날씨는 전력의 최대부하 전망의 여러 근거 중 하나에 속한다. 기상청의 엉터리 에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다가오는 건 다름아닌 이러한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기상청은 예보의 정확성을 높여달라는 사람들의 아우성을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비록 공식 예보 항목이 아니더라도 가뜩이나 더위에 지치고 불쾌지수마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중들이 원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이를테면 열대야 예보 등, 전향적이며 융통성 있는 정책으로 이에 화답할 필요성이 엿보인다. 비싼 장비를 도입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기예보의 최종 형태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는 작업이거늘 그들의 경험과 능력에 관한 사안인 까닭에 사람을 키우고 장비와 균형을 맞추는 체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잃기는 쉬워도 잃은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기상청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현상은 앞서도 살펴 보았듯 어느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대중들은 정확한 일기예보를 원한다. 좀 더 분발하라 기상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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