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저출산 대책, 진정 뭣이 중헌디?

새 날 2016. 7. 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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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14년을 기준으로 포르투갈, 홍콩 등과 함께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인 초저출산 국가의 범주에 속한다. 여기서의 초저출산이란 합계출산율 1.3명이 그 잣대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산율은 1.24명으로 1.3명 미만에 해당한다. 2001년 초저출산 국가로 추락한 이래 아직까지 그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되레 가뜩이나 세계 최저수준인 출산율이 더욱 아래로 곤두박질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출산율이 1.2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에 온통 비상이 걸렸다.


물론 그럴 법도 하다. 불과 수개월 전에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했던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 아닐 수 없을 테다. 향후 5년간 총 200조 원이라는 거대 예산을 투입하여 2020년 출산율을 1.5명까지 끌어올리겠노라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건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2차례에 걸쳐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예산만 80조 원, 고령화 대책까지 더하면 무려 150조 원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엠블럼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내부 추산 결과, 상반기 비공식 합계출산율이 1.2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돼 우려가 큰 상황이기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완대책을 마련 중이란다. 그 중 대표적인 계획이 다름아닌 둘째 자녀를 낳으면 각종 세제, 보육, 주택분양제도 등에서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방안이다. 그러니까 현재는 세 자녀 이상일 경우 부여되는 다자녀 가구 혜택을 두 자녀로 낮추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출산율이 1.19명 가량으로 지속될 경우 2750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인구가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 결과에 충격이라도 받은 걸까?


일단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시의적절하게 보완책을 마련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분명히 높이 살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뒷북 행정으로 일관해 오던 경향에 비추어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한 결과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 3차 대책을 발표할 당시에도 무수한 비판을 자초했던 것처럼 정부가 여전히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맥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결과물에 지나지 않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정부가 둘째 아이부터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제법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과연 이러한 인센티브 때문에 아이 계획이 없던 사람들이 둘째 아이를 낳으려 할까? 정부는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원인을 과연 올바르게 파악하고 있는 걸까? 지난 1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기혼여성 5명 중 1명이 자녀교육비 부담으로 애를 더 이상 낳지 않는 것이란다. 물론 이 또한 애를 낳지 않으려는 여러 이유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감내해야 할 작금의 세대, 장기 경기침체라는 대한민국 건국이래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미증유의 물리적 토대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다. 여기에 결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는 부동산 가격과 치열한 경쟁 일변도의 교육 등 양육비는 젊은 세대의 경제적 여건을 갈수록 악화시키는 짐으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하여 공정하고 지극히 정상적이며 상식적인 사회 분위기 일색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듯한데,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결코 그렇지 못 하다. 이런 처지에서 팍팍한 삶의 무게를 자녀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자녀 1인당 대학졸업까지 드는 양육비 3억896만4000원(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자료 기준)의 현실적인 부담감은 덤으로 다가온다. 


정부는 맥을 한참이나 잘못 짚고 있다. 단순히 인센티브를 얹어준다고 하여 애초 계획이 없던 아이를 더 낳으려는 부모는 단언컨대 없다. 앞선 10년 동안의 1차 2차 저출산 대책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오르기는커녕 되레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통해 그에 따르는 해답을 쉽게 찾을 수도 있을 법한데, 정부는 200조원이 투입되는 3차 대책에서조차 앞서의 대책과 견주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는 표피적 대증적 방안들만 주욱 나열해 놓고 있다. 


ⓒ헤럴드경제


아울러 저출산 대책은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들이 응집되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따라서 내놓은 대책들을 통해 당장의 눈에 드러나는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이 1.2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하나 때문에 정부는 또 다시 앞서의 대책들처럼 근원적인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대증요법에 그칠 법한 방안을 백화점식 대책들에 덧입히고 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저출산 대책, 의외로 해법은 간단하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애를 낳고 살아도 제법 살 만한 환경의 나라가 된다면 이러한 문제 따위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사안이다. '헬조선'이라는 젊은이들의 자조 섞인 표현 안에 우리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최저임금은 쥐꼬리만큼 올라 혼자 살기에도 버거운 세상, 어려운 여건 속에서 힘겹게 결혼에 골인..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 사람을 넘어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에도 더없이 힘겨운 판국에 아이까지 낳아 어떻게 살 수 있겠나? 현실에서의 삶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2세에게 미래를 떠넘기고 싶은 무책임한 부모는 단언컨대 없다. 


저출산 대책, 진정 뭣이 중헌디, 뭣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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