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풋풋한 첫사랑의 설렘과 우정 사이 '베리 굿 걸'

새 날 2016. 5. 1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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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을 앞둔 릴리(다코타 패닝)와 제리(엘리자베스 올슨),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다. 둘은 어느날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해변에서 아이스크림 판매를 하던 데이빗(보이드 홀브룩)과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된다. 이들의 만남이 왜 운명이었는가는 이후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대변해준다. 제리는 이내 그에게 빠져들게 되고, 릴리의 경우도 겉으로는 툴툴거리고는 있으나 짐짓 그가 싫지 않은 눈치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데이빗은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쳐오는 제리보다 겉으로는 아닌 척 속내를 숨기고 있는 릴리에게 본능적으로 더욱 끌리는 모양새다. 사람의 감정이란 이렇듯 차가운 이성으로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본능에 매우 충실한 성질의 것이다. 릴리 또한 접근해오는 데이빗을 마다하지 않은 채 그러한 본능에 온몸을 내맡긴다. 두 사람 사이엔 마치 자성이라도 작용하는 양 강력한 인력이 발생, 상대방을 서로 끌어당긴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 이내 불을 뿜는다. 안타깝게도 제리는 그러한 현실을 모른 채 여전히 데이빗을 향한 짝사랑에 여념이 없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든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다가올 법하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결코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로 아로새겨지곤 한다. 절대로 깨질 것 같지 않던 견고한 우정이었건만, 느닷없이 등장하는 묘한 정체에 의해 그 단단한 껍질 안에 갇혀있던 두 사람의 우정에 조금씩 실금이 가더니 이내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만다. 자칫 사랑도 우정도 모두 모두 날아갈 판국이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아역 스타 출신 다코타 패닝이 첫사랑이라는 달콤쌉싸름한 소재를 통해 성인 연기자의 길로 본격 들어서게 한 작품이다. 아울러 그녀의 단짝 친구 제리로 분한 엘리자베스 올슨은 '어벤져스2'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스칼렛 위치 역을 맡았던 배우이며, 데이빗 역의 보이드 홀브룩의 존재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런 올 나이트' 등에서 주로 악역으로 출연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현실 세계는 영화와는 전혀 딴판인 모양이다. 엘리자베스 올슨과 보이드 홀브룩이 이 작품을 계기로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하여 약혼식까지 올리게 된 것이다. 두 사람 사이는 10개월 동안 지속된다. 이후 파경을 맞게 된다.

 

 

릴리는 데이빗과 몰래 사랑을 나누며 첫사랑의 달콤함에 흠뻑 젖어들고 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제리에 대한 죄책감 역시 더욱 커져만 간다. 릴리에게 있어 제리는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인 터라 그녀의 데이빗을 좋아하는 감정에 흠집이 나는 걸 결코 원치 않는다. 물론 이러한 행동이 진정 친구를 위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릴리와 데이빗이 가까워질수록 제리와의 사이는 더욱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아슬아슬한 형국이 되어간다. 사실상 우정은 사랑이라는 정체 모를 열병 앞에서 단 한순간의 의심만으로도 여지없이 금이 가고 마는, 무척 나약한 존재다.

 

 

청춘의 특권이란 무얼까? 무언가 어설프고 실수가 잦거나 어리석은 행위 투성이라 해도 가볍게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그 즈음의 또래들만이 지니고 있을 법한 본질 따위의 것이 아닐까? 아울러 조금은 이기적이라고 해도, 혹은 투박하더라도, 그리고 옷을 홀딱 벗은 채 바닷속으로 뛰어들거나 속옷만 입고 길바닥에서 춤을 추는 등 다소 무모해 보이는 행위를 벌인다 해도 이 또한 그들이기에 모두 받아들여지는 너그러움 같은 속성 따위의 것이 아닐까? 이제 갓 20세가 되는 청춘의 사랑과 우정은 과연 얼마나 풋풋한 감성으로 다가올까?

 

 

감독  나오미 포너

 

* 이미지 출처 :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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