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한 아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통해 들여다 본 우리사회

새 날 2013. 4. 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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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한 아이가 18층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사건 발생 직전 혼자 올라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사실과 신발을 벗은 채 뛰어내린 것으로 보아 자살로 추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자살 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지 오래인 우리에게 사실 한 아이의 자살 소식, 그리 큰 이슈가 될 만 한 거리는 분명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죽은 아이의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는 의미?  물론 아닙니다.  다만 아직 채 피지도 못 한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모든 이들이 안타까워 하는 것이고, 이는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남의 일 같지 않은 느낌 때문인지라 몸서리쳐지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목숨을 끊은 아이 부모의 범상치 않은 직업이 알려지게 되면서 똑같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180도 달라지는 상황 전개 과정을 감지해야 했습니다.  물론 언론사 측에선 오히려 이러한 극적인 효과를 노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똑같은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사들이 뽑은 기사 제목입니다.  어떤 느낌이신가요?  한 쪽은 부모 직업이 표기되어 있지 않았고, 다른 한 쪽은 현직 국회의원이라고 명기되어 있습니다.  왜 안타까운 죽음을 다룬 기사 제목에 꼭 부모의 직업을 넣었어야만 하는 걸까요?  왜일까요?

 

물론 자극적인 제목이 더 많은 조회를 불러오는, 시선끌기라는 취지,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의 직업에 대한 차별적 특권 의식을 은연 중, 아니 대놓고 드러내놓은 느낌이라 거북해지는 것입니다.  기자님들, 평소 같은 사안일 때 평범한 직업에 대해서는 언급 안 하시지 않았던가요?

 

 

아울러 직업을 명기하고 나니 이런 악성 댓글마저 나타나는 악순환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물론 악성 댓글이란 게 꼭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런 댓글, 부모의 직업 때문에 달린 것만은 명확합니다. 

 

아이의 죽음에 대해 명복을 빌어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죽음마저도 이념으로 덧칠하며 인터넷 공간을 그들의 배설물로 오염시켜 나가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증오심, 과연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념 논쟁이 부질없고 헛된 일이며, 사회 전반에 얼마나 커다란 해악을 끼치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보여집니다.



죽은 아이 부모의 직업을 굳이 밝히지 않았더라면,이런 쓰잘데기 없는 논란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테고, 부모의 멍든 가슴에 대못질을 해대는 몰지각한 치들을 보지 않게 되었을 것입니다.

 

자살을 줄이려는 사회 각계 각층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언론인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어집니다.  한때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핀란드의 경우, 사회 전체의 전방위적 노력으로 괄목할 만 한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언론의 태도가 특히 눈에 띠는 대목인데요. 

 

핀란드에서는 자살 보도 자체에 대해 매우 신중히하며, 특히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이나 구체적인 자살 방법 등에 대해서는 언론사 스스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을 망각하고 오로지 시선 끌기란 목적 하나만으로 그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우리네 언론들의 관행에 반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자살과 관련한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핀란드 식 해법의 도입,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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