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다시 찾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새 날 2015. 8. 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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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를 다시 찾은 건 수년만의 일이다.  주변 바닷물을 가둬 물고기를 잡는 독살 체험을 위해 초등학생이던 아이들과 함께 언젠가 태안을 방문했던 이래 처음이니 말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음을 입증하듯, 그 사이 많은 것이 변모해 있었다.  황량하기 그지없던 이곳엔 체험 센터라는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른바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예전에 왔을 때만 해도 몇 개의 낡은 표지판 따위가 이곳에 설치된 인공물의 전부였는데, 현재는 입구에 잔뜩 들어선 펜션들과 신두리 사구 센터가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모래언덕의 규모는 오른쪽 능선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예전엔 마음껏 밟을 수 있었던 이 모래 언덕은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모래 언덕에 직접 올라간 사람들에 대해선 주변을 관리하는 요원들에 의해 연신 내려오라는 신호가 보내지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이자 생태보전지역이기도 한 이곳의 모래가 지속적으로 유실되고 있다는 얘기를 언젠가 접한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이미지 속 모래 언덕이 현재 이곳에 남은 가장 큰 규모의 사구 형태가 아닐까 싶다.

 

 

 

 

막무가내로 휘젓고 다니는 관람객들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데크도 만들어 설치하는 등 이곳도 이제 관리를 위한 사람의 손을 제법 타기 시작한 느낌이다.

 

 

복원을 위해 외래 식물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 온다.

 

 

이날의 우중충한 날씨가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랄 수 있는 을씨년스러움과 황량함에 깊이를 더하는 느낌이다.

 

 

바람에 의해 퇴적되어 만들어진 이곳의 모래는 참으로 곱다.  서울에서 보던 그런 모래와는 차원이 다르다.

 

 

신두리를 벗어나 부근에 위치한 안면암으로 이동했다.  이 사찰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부교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러한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했을 때엔 안타깝게도 썰물 때라 바다 위에 떠 있는 다리를 볼 수는 없었다.  그 대신 늦여름의 푹푹 찌는 기온 속 보기만 해도 갈증을 유발해 오는 황량한 갯벌과 그 위에 펼쳐진 낡은 나무 다리만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바닷가 생명의 보고라 불리는 갯벌, 누군가에겐 아주 중요한 삶의 터전일 수도 있는 이곳은 한여름이면 사실 지켜 보는 일만으로도 가뜩이나 더운 열기를 더욱 상승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 남는다.  갯벌 특유의 짭쪼름함과 비릿한 냄새는 생명력의 근원이라는 머릿속 인식에 앞서 더위를 미처 피하지 못 해 힘들어 하는 신체에서 거부반응부터 먼저 일으키기 일쑤인 탓이다.

 

 

부교를 다 건너게 되면 볼 수 있는 부상탑, 이 또한 물 위에 뜨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물이 빠진 이상 부교와 마찬가지로 그냥 갯벌 위에 덩그러니 내동댕이쳐진 흉측한 조형물로만 비칠 뿐이다.

 

 

부교 건너편에서 바라다 보이는 안면암, 규모가 상당하다.  사찰 안에 머무를 때엔 이 정도로 큰 규모일지 감지할 수 없었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갯벌 위엔 온갖 생명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게들 천지다.

 

 

꽃지 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곳의 명물인 할미 할아배 바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하다.

 

 

연무가 낀 탓인지 주변은 온통 희뿌옇다.

 

 

할미 바위 쪽으로 조금 더 접근해 본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이동 중 올라선 이름 모를 다리 위에서의 꽃지해변, 낮엔 해풍이 지속적으로 불어오고 있어 그늘만 마련되어 있다면 얼마든 시원함을 맛볼 수 있는 천혜의 요지가 바로 이곳이다.  태안 지역의 특산물이랄 수 있는 게국지와 해물칼국수로 주린 배를 채우고 우린 비릿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으로 치닫고 있는 8월의 그날을 하루종일 소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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