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걷기 위해 존재하는 길, 그 위에 선 나

새 날 2015. 10. 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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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숙소는 마치 하늘을 닮기라도 한 것 같다. 높은 건물 등 주위 시야를 가릴 만한 형체가 없어 유독 넓은 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거늘, 문득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응시하노라면 지구가 둥글다는 게 정말로 실감날 정도다. 물론 얄팍한 지식에 의한 선입견 때문에 그리 보일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하나, 어쨌든 내가 보는 관점에선 분명 그러하다. 

 

놀랍게도 숙소 건물의 외곽선이 이러한 하늘 선과 조화를 이루는 게 아닌가. 전문가가 아닌 탓에 숨겨진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필시 해당 건축물을 디자인한 사람은 제주의 하늘을 염두에 두고 이를 만들었음이 틀림없다. 혹여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을까 봐 몸소 사진을 찍어 왔으니 한 번 보시라.

 

 

어떤가? 건물 라인이 정말 하늘과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숙소에 들어와 여장을 푸니 비로소 내가 제주도에 도착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우선 이곳에서 가장 지척에 위치한 해변부터 돌아보기로 한다.

 

 

이호테우 해변이다. 그러니까 이곳은 제주 북쪽 해안에 위치해 있다. 바람은 끊임없이 불어오는 반면 햇볕은 상당히 따갑다. 때문에 햇살에 의한 톡쏘임의 느낌을 바람이 완벽하게 차단하거나 상쇄시켜주지 못한다. 덥다.

 

 

 

 

말 모양인 듯한 이곳의 상징물인 빨간 등대에 도착했다. 건너편이 이호테우 해변이다.

 

 

이곳의 물 빛깔은 대략 이런 색이다. 발 아래에선 강태공들이 고기와 세월을 낚느라 여념이 없다.

 

 

해변만 줄창 다니면 심심할 것 같아 중간에 다른 이벤트도 슬쩍 끼워 넣었다. 물론 내가 의도한 건 절대로 아니다. 무슨무슨 랜드 시리즈 중 하나인 이곳은 내겐 별로 내키지 않던 곳이기 때문이다. 허나 일행 전체의 움직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가 함께해야 했다.

 

 

일종의 테마 파크인데, 곶자왈이라는 제주 고유의 숲에 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곳이다. 증기기관차를 타며 돌아볼 수 있게 만든 점 빼고는 그동안 흔히 보아오던 여타의 테마파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테마파크의 핵심이랄 수 있는 곶자왈 숲길이다.

 

 

중간에 습지도 조성되어 있긴 한데, 인공으로 만든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제 이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 다시 기차에 오른다.

 

 

섭지코지 주변에 위치한 아쿠아 플래닛으로 향한다. 부산에서 보았던 아쿠아리움보다 규모가 훨씬 큰 듯싶다. 하지만 수조 안에 갇혀 있던 생물들의 면면이나 관리 모드는 모두가 엇비슷한 것 같다. 때문에 난 이곳 아쿠아 플래닛보다 외려 바깥에 펼쳐진 섭지코지 해변으로 자꾸만 눈길이 향하고 있었다.

 

 

이곳은 제주의 동쪽 해안이며, 풍광이 제대로인 곳이다. 바다 내음이 몸속 깊이 파고든다.

 

 

양팔을 벌려 주변 풍광과 하나가 되려 시도한다. 과연 이뤄질까?

 

 

뒤로 보이는 노란색 건물이 조금 전 관람했던 아쿠아 플래닛이다.

 

 

해변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걷는 사람도 별로 없다.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걷기 위해 만들어놓은 이 길을 난 한없이 걷고 또 걷는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탓에 더욱 열심히 걷는다.

 

 

물론 중간중간 바다 모습을 바라보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섭지코지 해변 중간 쯤에 위치한 하얀등대에 올랐다.

 

 

 

저 뒤로 보이는 등대다.

 

 

한없이 걷다 보니 어느덧 이곳까지 당도했다.

 

 

참으로 묘한 건, 걸으면 걸을 수록 절로 감탄지어질 정도의 풍광이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어 걸음을 쉬이 멈출 수가 없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천지연폭포에도 잠시 들렀다. 야간에 관람하니 낮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

 

 

숙소 부근에서 바라본 풍광인데, 아마도 전형적인 제주도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이동하면서 초등학교 몇 군데를 유심히 관찰해본 바로는, 운동장에 천연잔디와 육상 트랙이 깔려 있다는 점이 특이하게 다가온다. 서울에선 흔치 않은 광경이다.

 

 

이 옥빛 바다의 정체는 과연 무얼까? 서쪽 해안에 위치한 협재해변이다.

 

 

 

물빛이 무척 곱다.

 

 

 

 

 

 

 

 

 

 

 

북쪽 동쪽 서쪽 해변을 들렀으니 이제 남쪽만 남은 셈인가. 그래서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주상절리대다. 이날은 비가 예보된 탓인지 날씨가 궂었고 바다의 움직임마저 심상치 않았다.

 

 

 

 

 

집채보다 큰 파도가 에너지를 모아 한꺼번에 몰려올 때마다 그로 인한 부유물과 물방울들이 우리가 서 있는 곳까지 마구 날아들었다. 짭쪼름함이 느껴질 정도다. 카메라 렌즈엔 연신 튀어오른 물방울 때문에 습기로 가득했고, 온몸도 끈적였다.

 

 

 

하늘을 닮은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다만 몇일 동안에 불과했지만, 부득이하게 이번 여행을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문득 떠오른다. 물론 미르도 얼른 보고 싶다. 얼마나 반겨해줄런지.. 미르 얘기를 하다 보니 승마체험장의 뙤약볕 아래 그늘 하나 없이 묶여 있던 조랑말 두 마리가 눈에 선하다. 두 눈을 꿈벅이며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몹시 애처롭게 다가오던 터다. 다음 제주 여행엔 어떤 코스로 가야 할지 머릿속에선 벌써부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물론 그게 언제 쯤이 될런지는 기약할 수 없다는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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