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지뢰 도발 괴담의 진원지는 어디인가

새 날 2015. 8. 16. 20:04
반응형

지난 4일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사고가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한 도발이라는 우리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우리 군과 미국의 각본에 의한 자작극이라는, 이른바 '지뢰 도발 괴담'이 인터넷과 SNS망을 타고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북한이 사건 발생 10일만인 지난 15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행위를 전면 부인하고 나선 상황인 데다, 남측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박하는 주장을 들고 나오면서 정부가 해당 현상을 더욱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 반응 여부와 관계 없이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못 하는 국민이 부쩍 늘고 있는 현상은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으며, 주목할 만한 대목임엔 틀림없다.  사실 사건이 발표된 직후부터 의심스러운 징후와 정황에 대한 논란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지속돼 왔다.  때문에 괴담이니 유언비어니 하며 이를 크게 부각시킬 만큼 특별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의 공식 반응을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듯 그의 시점에 맞춰 괴담 확산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다분히 다른 의도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이른바 지뢰 도발 괴담 현상은 무엇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걸까?  

 

ⓒ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괴담의 진원지 역시 메르스 괴담 때와 같이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우왕좌왕하며 이렇다 할 대응을 제때에 하지 못한 군 당국에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최초로 판단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한 시점이 국방부와 청와대 양쪽 모두 달라 혼선을 빚은 점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민감하고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처음부터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 한 채 사후 대응마저 실기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가뜩이나 무능하고 무책임함 일색이던 정부가 안보 분야에서마저 비슷한 성향을 드러내고 만 셈이다. 

 

개인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근간은 신뢰일 테고, 마찬가지로 정부와 국민 사이에도 이러한 신뢰가 밑바탕을 이룬다.  여기서의 '신뢰'란 굳게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근래 정부와 국민 사이에는 제대로 된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마치 남과 북의 관계를 보는 듯싶다.  정부의 행태를 보노라면 굳게 믿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털끝만큼도 들지 않게 하는 탓이다.  세월호 참사 등 재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온몸으로 겪어야 했으며, 메르스 국면을 통해선 이를 재차 확인해야만 했다.  내놓는 정책은 죄다 졸속이거나 탁상행정에 그치기 일쑤이고, 국민과의 약속과 원칙은 모두 헌신짝처럼 내버려졌다.  헬조선이니 불반도를 언급하며 한국을 떠나려는 젊은이들이 최근 부쩍 느는 현상도 이와 궤를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엔 비무장지대발 북한 지뢰 도발 사건이 발생했다.  또 다시 정부의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셈이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점차 깊어가는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린 최근 이와 관련한 OECD의 보고서 하나를 접한 바 있다.  다름아닌 '한 눈에 보는 정부 2015’다.  이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정부 신뢰도는 34%에 그치고 있어 국민 10명 중 7명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도네시아나 터키보다 낮은 수치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이보다 더욱 심각하다.  조사대상 42개국 중 39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님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 깊은 사회악은 여전히 청산되지 못 한 채 사법부에 대한 불신만을 더욱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나 발표는 국민들로부터 외면 당한 채 이번 지뢰 도발 사건에서처럼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근래 정부의 행태를 믿지 못 하는 국민이 부쩍 늘고 있는 건 결국 정부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오마이뉴스

 

남북관계 회복과 긴장 완화에 있어 기막힌 묘약이라도 되는 양 거창하게 떠들어 오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핵심 키워드인 '신뢰'는,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크게 잃었듯, 진작부터 상실된 채 해당 정책 자체가 좌초 위기에 직면하며 또 다시 작금의 지뢰 도발과 같은 사태를 빚고 말았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는 안보 영역이라고 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그리고 여타의 정책 등을 통해 무능과 무책임한 행태를 고스란히 겪게 만들었던 정부가 결국 국민들을 각자도생이라는 척박한 형태의 삶 속으로 자꾸만 몰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뢰 도발 괴담?  유언비어?  과연 이러한 표현이 합당한 건지 아닌지의 문제에 대해선 일단 접어 두자.  이는 결국 신뢰에 관한 사안이다.  정부의 발표대로 북측의 도발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괴담이 자꾸만 떠돈다는 건 그만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임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남남갈등 조장을 유발하고 북한을 이롭게 만드는 결과일지 모른다며 괴담 유포에 대해 자제를 호소하기에 앞서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함이 옳다.  개인 간도 그렇긴 하지만 특히 정부와 국민 간 신뢰가 실종된 사회는 결국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가 될 테니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