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창작을 전공한 현실(김예은)은 시인 등단을 위해 공모전 출품을 준비 중인 이른바 시인 지망생이다. 총 5편의 시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4편을 완성하였고, 마지막 한 편을 창작 중이다. 반려견 호구와 함께 집에서 뒹굴거리며 싯구를 구상하거나 카페에 앉아 시상을 떠올리는 게 현실이 보내는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근래엔 글귀가 머릿속을 맴돌기만 할 뿐 손에 통 잡히는 게 없다. 간신히 쥐어짜내어 완성한 문장들은 자꾸만 산으로 가려 한다. 그래, 차라리 쉬자. 현실은 글이 산으로 갈 땐 자신도 산으로 가야 한다는 지론을 펴는 인물이다. 신고 있던 신발을 등산화로 갈아신고 산을 오르는 건 그러니까 그녀 나름의 무기력증 탈출법이다. 현실의 본격 산행이 시작됐다. 산길 초입에서 아는 언니를 우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