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리는 왜 대한항공 부사장 갑질에 분노하는가

새 날 2014. 12. 8.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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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했던 라면상무의 승무원 폭행 사건 당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  승무원들의 업무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와 위로를 받았다.  승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 조항도 이 기회를 통해 마련될 것이다.”

 

이랬던 그녀였는데, 정작 조현아 부사장의 승무원 응대 방식은 우리의 상식을 크게 벗어나 있었다.  아무래도 재벌2세의 마인드라 우리와는 그 차원이 다른 모양이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의 일등석에 앉아있던 조 부사장이 땅콩 서비스를 하던 승무원에게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륙 중이던 비행기에서 내리라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250여 명에 해당하는 승객의 서비스와 안전을 책임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륙 중이던 비행기가 후진하는, 웃지 못할 상황마저 벌어지고 말았단다. 

 

ⓒ한겨레

 

대한항공 오너의 장녀이자 부사장이기도 한 그녀 앞에서 당시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그야말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사건은 라면상무 사건 당시 해당 승무원에게 가해졌던 갑질에 비할 바 아니다.  조현아 부사장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비행기가 이륙하던 중 후진하는 역대급 사건이 벌어졌으며,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내리도록 하는 엄청난 무리수마저 등장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잘못됐다면 회사의 부사장으로서 얼마든 질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때와 장소 정도는 가려가며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상황은 이륙 중이던 비행기 안이다.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나중에 회사 내에서 다른 방식을 통해 해당 승무원을 질책했을 테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아무래도 재벌2세의 마인드라 그런가 보다.

 

 

이륙 중이던 비행기 내에서 승무원에게 내리라며 고함을 지르고, 또 사무장을 실제로 내리도록 한 건 상식적으로 보나 법적으로 보더라도 커다란 문제의 소지가 될 법한 행위이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르면 승객은 항공기 안에서 폭언이나 고성방가를 해서는 안 되며, 항공법에 의하면 승무원과 승객을 지휘 감독할 의무는 기장에게 주어져 있다.  승객으로 탑승한 조현아 부사장은 결과적으로 항공보안법과 항공법 모두를 위반한 셈이 된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핵심은 조 부사장이 승무원을 지적하고 나섰던 것처럼 결국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문제로 귀결된다.  부사장 단 한 사람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20분 가량을 손해보며 불안에 떨었을 수백 명의 승객들은 도대체 무슨 죄가 있는 건가.  이륙 중 후진한 거며, 서비스의 총괄 격인 사무장이 없는 기내 서비스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때문에 우린 승무원보다 오히려 공공서비스를 마치 자신의 개인의 것인 양 멋대로 부린 조 부사장의 서비스 마인드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비행기 운항의 총 책임은 기장에게 있는 것일진대, 아무리 회사의 부사장이라고 한들 이륙 중이던 비행기를 멋대로 세우거나 후진시킨 건 앞서도 언급했듯 위법이자 월권 행위이기 때문일 테다. 

 

재벌가인 대한항공 오너의 장녀로서 또 부사장이란 직책이 작금의 오만한 갑질적 태도를 만들어낸 것이라면, 적어도 그녀의 현 직위의 유지에 관해서 만큼은 자격 미달로 보인다.  조 부사장의 행위를 서비스 마인드가 충만한 순수함에서 비롯된 게 아닌, 법의 테두리마저 벗어난 그저 재벌2세로서의 히스테리적 갑질로부터 발현된 결과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난해 라면상무의 사례에서처럼 승무원을 한껏 걱정하던 사람이 정작 자신은 그보다 훨씬 심한 갑질을 선보이며, 저급한 서비스 마인드를 선보인 건 전형적인 이율배반적인 행위로 비치며, 때문에 우린 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는 비슷한 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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