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해외 직구족을 향한 두 개의 시선

새 날 2014. 12. 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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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우리의 이목을 가장 많이 끌었던 건 단연 해외 직구였을 텐데요.  연중 가장 큰 폭의 할인 시즌이란 점을 이용해 수많은 직구족들이 대거 해외 쇼핑사이트로 몰리는 기현상을 빚었습니다.  때문에 고객을 해외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국내 업체들의 사활을 건 움직임 또한 덩달아 활기를 띄는 모양새였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쿠폰을 뿌려가며 고객 유도에 나섰고, 심지어 모 회사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관련한 명칭 자체를 아무나 사용할 수 없도록 발빠르게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하였습니다.  마치 봉이 김선달과 같은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만, 그만큼 블랙프라이데이와 해외직구족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반증일 테지요.

 

ⓒ뉴시스

 

어찌 생각해보면 우리와는 전혀 관련 없을 것만 같았던 블랙프라이데이가 어느새 이렇듯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오게 된 건 누구나 알고 있다시피 그동안 국내 소비자를 호갱으로 여겼던 기업들이 자초한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만큼 호갱으로 괄시받아 오던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똑똑해진 탓에 그동안의 푸대접에 반기를 들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고요.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요?  해외 직구족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양 갈래로 갈리는 묘한 모양새입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직구 열풍을 가치소비의 일환인 소비자 혁명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학력과 디지털 마인드로 똘똘 뭉친 국내 소비자들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어 호갱으로 대변되는 국내 소비자 괄시 풍조로부터 스스로 탈출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라는 것입니다.  직구가 당분간 지속되리라 예측되는 지점입니다.

 

 

반면, 해외 직구족들을 향한 쓴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블랙컨슈머라 불리는 진상 소비자들이 해외에서도 그들만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며 '어글리 코리안'을 자초하고 있어 선량한 일반 직구족들까지 싸잡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직구족들을 애국심이 부족하고 오로지 싼 가격만을 찾는 몰지각한 부류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물론 해당 기사의 내용을 들춰보면 제목과는 달리 일반적인 직구에 관한 평이한 글이지만, 어쨌든 제목 자체를 무척이나 자극적으로 뽑은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기자님께서 기업체 내지 정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각설하고, 제가 이 포스팅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바로 해외 직구족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에 대해서입니다.  해외 직구가 왜 지금과 같이 흥하고 있는가를 국내 기업체나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잘 알 것입니다.  혹여 모르고 계시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닐 수 없겠군요. 

 

소비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정책으로 그동안 본의 아니게 호갱이 되어야만 했던 국내 소비자들이 글로벌 쇼핑 열풍에 비로소 눈을 뜨게 된 겁니다.  한국에서는 비싼 가격에 팔아야 잘 팔린다는, 그동안 이상한 가격정책을 들고 나왔던 기업들에 대한 일종의 반기인 셈이지요.

 

ⓒ파이낸셜뉴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진상 짓으로 인해 한국 소비자 전체를 '어글리 코리안'이라 불리게 만드는 행위는 옳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진상 짓을 하는 소비자는 국내건 해외에서건 간에 어디에서나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한 행위에 대해 분명 경종을 울릴 필요는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하여 한 두 사람 때문에 마치 전체가 그러는 양 확대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었을 듯싶습니다.  우리 소비자들의 자정능력을 믿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산업화 내지 개발독재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제품 구매를 애국심으로 연결짓는 마인드가 21세기인 현재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이 저로서는 영 믿기지가 않습니다.  국내에서 제품을 구입하면 애국심이 충만한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 매국이라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싶군요.  더군다나 마치 싼 가격만을 찾는 이들을 싸잡아 매국노라 칭하는 것 같아 기분이 살짝 나빠지기까지 합니다.

 

해외 직구로 인해 국부가 유출된다는 엄살과 엄한 중소기업이 모두 망해간다는 죽는 소리를 하기 전에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를 호갱으로 여기는 마인드부터 바꿔야 하는 게 급선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제품이라면 저렴한 가격으로 눈길이 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지, 이 대목에서 애국심 마케팅에 호소해야 할 이유 따위 전혀 없습니다. 

 

해외 직구족들을 양산한 건 결국 국내 기업과 관련 정책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직구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은연 중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똑똑해진 우리 소비자들이 더욱 더 똑똑해질 필요성마저 엿보이는 대목이로군요.  안타깝지만, 많은 분들이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직구가 당분간 더욱 흥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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