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수능 출제 방식 개선의 진짜 속내

새 날 2014. 11. 2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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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불거진 수능 출제 오류 문제로 인해 교육계 전체가 들썩이더니, 어느새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의 사퇴로 이어졌고, 급기야 대통령의 수능 출제 방식 재검토 지시라는 극약 처방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출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 잡아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일 테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가 있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출제 오류를 빌미로 시스템의 문제를 들고 나온 셈이지만 이는 말 그대로 수능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을 노린 명분 축적용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이에 대한 근거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언급된 '물수능'이란 어휘로부터 언뜻 엿보인다.

 

언론에서는 대대적으로 물수능을 노래했고,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불거진 출제 오류 문제까지 겹치며, 수능 출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눈덩이처럼 키워나가고 있던 와중이다.  물수능이 학군지도를 바꾼다거나 심지어 부동산 가격마저 떨어뜨린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대치동 일대 이른바 명문학군이라 불리는 8학군은 물수능 덕분에 학원가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때문에 부동산 가격마저 하락하고 있는 양상이란다.  수능 난이도가 오르면 명문 학군 지역의 전세금 상승 폭은 커지고, 그 반대의 경우 떨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몇년새 물수능이 이어지면서 해당 지역이 말이 아닌 모양이다.

 

ⓒ국민일보

 

물수능, 변별력이 떨어져 실력 편차가 정밀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이른바 우수한 실력을 갖춘 수험생들에게 있어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다.  결국 특권층의 우수한 자제들이 상대적으로 덜 우수한 이들에 비해 더욱 또렷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환경이 그들에겐 여간 못마땅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테다.

 

특목고는 수월성 교육을 위해, 자사고는 고교 선택에 있어 교육 소비자에게 다양성을 부여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결과는 크게 달랐다.  대부분 애초 설립 목적과는 달리 대학 입시 교두보로써의 역할만을 충실히 해 왔을 뿐, 외려 고교 체계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탈바꿈시켜 놓았으며, 사교육비로 인해 학부모들의 등골은 더욱 휘고 있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 만들어질 때부터 일반고 슬럼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왔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들 학교는 특권층의 자녀가 일반 계층과 차별화를 누리고 보다 좋은 대학으로의 진학을 위한 일종의 귀족학교가 된 셈인데, 이렇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놓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자녀들이 이를 기반으로 우수한 대학에 좀 더 편한 방법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꿈꿔왔을 테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물수능이 그들의 전략에 차질을 빚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일 테다.

 

부동산 가격 하락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을 테다.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법은 자신들의 자녀를 자신들과 똑같은 엘리트 코스를 밟게 하는 것일진대, 결정적으로 물수능이 이를 방해하고 있는 셈 아닌가.  어차피 수능 출제 오류 따위는 이들에게 있어 결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테다.  다만, 수능 출제 시스템 변경을 주장하기 위해선 보다 그럴 듯한 명분이 필요했을 테고, 이보다 좋은 재료를 찾기란 사실 쉽지 않았을 테다.  

 

최근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사고에 메스를 들이댔으나 교육부가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고 나섰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의 기득권 및 특권층 배려라는, 숨길 수 없는 이념적 본질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하여 다를까?  이들은 결국 수능의 출제 시스템 자체에 불만이 있다기보다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한 방편일지도 모를, 변별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현재 출제 시스템의 한계를 아쉬워하며, 기득권 및 특권층을 보다 잘 대변하기 위한, '물수능'이 아닌 '불수능'을 꿈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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