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펜션 화재.. 생활공간 곳곳이 지뢰밭

15일 밤 담양 펜션 화재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사람 목숨이 이렇듯 허무하게 스러져가다니, 올해 들어 벌써 몇 번째인지, 또한 이를 도대체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그저 먹먹하기만 하다.  이번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우리에겐 학습효과 따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일인 듯 보인다. 

 

ⓒYTN 방송화면 캡쳐

 

사고 수습후 언론에 공개된 내용들을 보고 있자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한 허점 투성이가 아닐 수 없다.  규모가 작은 관계로 해당 펜션은 애시당초 소방 점검 대상으로부터 제외된 건물이었으며, 화재가 발생했던 바비큐장은 그나마도 무허가 건물로 건축물대장에 등록조차 돼있지 않은 상태였다.  더구나 건축자재는 화재에 더없이 취약한 나무와 억새, 그리고 스티로폼 패널로 지어져 모든 악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던 상황이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펜션 주인이 현재 광주 구의회 소속 기초의원으로 활동 중이란 사실이다.  인허가 등 펜션 운영과 관련하여 그의 직업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예상되는 부분이기에 앞으로 수사의 초점이 이에 맞춰져야 할 듯싶다.  결국 사고를 빚게 했던 주변 상황들을 조각모음해 볼 때 더 이상의 변명은 사치일 뿐, 이번 담양 펜션 화재는 완벽한 인재로부터 비롯된 참사다. 

 

ⓒ뉴시스

 

한편, 주말에 있었던 모 회사의 상업 행사에서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도마에 올랐다.  포켓몬코리아가 15일,16일 양일 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포켓몬 챔피언스데이' 행사를 개최했는데, 주최 측의 예상을 훨씬 상회한 인파가 몰렸단다.  결국 주최 측은 압사 사고의 우려와 유적지 훼손과 같은 안전 사고를 내세워 이후 행사를 줄줄이 취소해야만 했다.  

 

ⓒ트위터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피카츄를 보기 위해 광장 한쪽에 설치돼 있던 유구 전시장을 밟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곳은 조선후기 훈련도감에 속한 관청 중 하나인 하도감의 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문화재인 이곳을 마구 밟고 다닌 행태는 옳지 못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리의 얕은 시민 의식만을 탓할 수는 없다.  많은 시민이 일시에 몰릴 것을 예상 못한 주최 측이 애초 행사 장소를 잘못 선정한 탓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얼마전 발생했던 환풍구 참사는 예상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이 이를 무시한 채 안일하게 행사를 운영하여 화를 자초했듯 피카츄 행사 역시 구름처럼 몰려들 인파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주최 측에 의해 또 다시 안전사고를 빚을 뻔한 아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판교 환풍구, 담양 펜션 그리고 피카츄 행사에선 묘한 공통점이 엿보인다.  다름아닌 주최 측의 안일함이다.  일각에서 시민의식의 부재를 탓하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애초 담길 물보다 물을 담아낼 그릇이 문제였던 셈이기에 물을 담는 도중 물이 조금씩 튀거나 흘러나오는 정도는 부차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함이 옳을 듯싶다.  물론 우리의 시민의식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단언컨대, 전국 펜션 등 행락지 숙박업소엔 한바탕 소방점검의 광풍이 휘몰아치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이 또한 형식적인 점검과 보완으로 그칠 경우 또 다른 담양 펜션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판교 환풍구 사태를 통해 뒤늦은 환풍구 점검이 이뤄지며 미비한 사항을 보완해나가듯 우린 항상 뭐든 직접 경험한 후에야 사후 약방문 격으로 이를 뜯어고치기 바쁘다.  

 

만약 이런 식이라면 우리 생활공간 곳곳에 놓여진 수많은 안전사고의 가능성 역시 관련 사고가 빚어진 이후에나 해결 의지를 비칠 테니,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사고는 또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문제는 그 대상이 내가, 아니면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데 있다.  도처에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 올 예상 못한 요소들이 숨어있기에 엉터리 제도와 행정 당국의 부실한 선제적 대응이 취약한 시민 안전불감증과 맞물리며 언제든 또 다른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연이어 벌어지는 대형 참사들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연상되는 상황이다.  생활공간 어디에선가 또 다시 닥쳐올지 모르는 안전사고는 마치 영화 속에서의 예고된 죽음처럼 우리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현재도 배회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지난 번엔 환풍구, 이번엔 펜션...  다음엔 또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