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근혜 시계와 2.7% 비율의 의미

새 날 2014. 11. 1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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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계가 새삼 화제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선거법 위반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벌써 두 번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래 청와대 비서실이 각종 기념품과 명절 선물 구입 비용으로 21억8천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중 손목시계 구입에 5억원 가량이 투입된 모양이다. 

 

물론 배포처에 대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 나로선 알 수 없다.  다만, 대부분 대통령 지지자나 당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아울러 국정최고책임자이자 국가 원수라면 적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위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에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난 이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향신문

 

그러나 이 대목에서 아쉬운 점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다름아니라 전체 21억원이 넘는 비용 중 소외계층에 지출된 비용이 고작 2.7%에 불과해 5920만원에 그쳤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평소 언행대로라면 지지자나 당원들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제법 큰 배려가 이뤄져야 했을 테고, 이는 곧 해당 부문의 선물 구입 비용 증가로 이어졌어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왕지사 소외계층 이야기가 나왔으니 세월호 문제로 넘어가보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지난 11일 수중 수색을 중단하고 세월호에 대해 인양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해 왔다.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으리라.  대통령과 정치권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마지막 한 명의 실종자까지 모두 가족의 품에 돌려드리겠다며 국민과 세월호 가족 앞에 굳게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모 의원은 비용 등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인양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더니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수중 수색이 한창 진행 중일 땐 이를 중단하고 인양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더니, 막상 모든 걸 내려놓고 인양을 요청하며 세월호 가족들이 한 발자욱 뒤로 물러서자 이번엔 비용 때문에 곤란한 문제라며 또 다시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급식과 보육을 중단시켜야 할 만큼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고 앓는 소리를 내던 사람들, 그들이 이번엔 세월호 인양 비용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앞서 언급했던 대통령의 시계와 연결지어 생각해보자.  결국 예산 문제로 귀결된다.  불요불급하거나 시대착오적인 사업과 관련하여 예산이 무리하게 배정되거나 사용돼 오고있는 게 화근이다.  소외계층에 대해 고작 2.7% 만큼의 관심이 아닌, 적어도 시계 구입 비용 정도의 관심만 피력했어도 세월호 인양 등 작금의 문제들이 발생하진 않았을 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 타당성조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더군다나 애초 계획보다 5년이나 앞당겨진 달 탐사 사업에 대해 최근 400억원이라는 예산을 무리하게 끼워넣기 형태로 편성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아울러 안전행정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 고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 중 하나인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예산을 올해에 비해 1000%나 증액된 56억원을 편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해당 예산의 대부분이 경북 구미의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에 투입될 예정인데, 2011년부터 추진돼 온 이후 74억원의 예산이 채 사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50억원 이상이 보태진다는 사실이다. 

 

박물관에 갇혀있어야 할 과거 유물 '새마을운동'이 21세기에 세인들의 관심을 모으며 부활을 꿈꾼다는 사실이 너무도 아이러니한 탓에 진정 우리 사회가 20세기로 회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 올 만큼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 혈세가 정작 필요한 적재적소에 가장 알맞게 투입되기보다 어떤 한 개인의 치적을 쌓기 위하거나 선친을 칭송하며 기리는 따위의 엉뚱한 쓰임새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요소요소로부터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전용되거나 불요불급한 곳으로 흘러들면서 소외계층 등 반드시 쓰여야 할 곳에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통령의 시계 자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2.7%가 의미하고 있는 것처럼 정작 관심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현상이 벌어지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기에 무척이나 씁쓸하게 와닿는다. 

 

달 탐사와 같은 불요불급하거나 이벤트성으로 사용될 예산 그리고 시대착오적임에 틀림없는 새마을운동 지원사업 예산, 그밖에 당장 눈에 띄진 않지만 앞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교묘하게 편성되어 혈세를 낭비하는 일 따위만 막아도 가족을 잃은 아픔에, 그들을 찾을 수 없는 고통까지 전가시키는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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