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덕분에 창조경제의 성공모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손가락을 추켜세우고 한껏 자랑해 마지않던 FA50 국산 전투기가 실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핵심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데다 그러한 연유로 수출 내지 에어쇼 참가조차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부끄러운 사실이 얼마전 중국 에어쇼 참가 불발 사태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창조경제'의 기세가 하늘을 뛰어넘어 어느덧 우주로 향하고 있다. 다름아닌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자 이번 정부 국정과제인 달 탐사선 사업이 여타 다른 사업에 대한 기술 파급 효과가 탁월하다는 이유로 화려한 '창조경제'의 포장으로 덧씌워진 채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무상보육 및 교육에 대한 공약에 대해선 책임 떠넘기기 신공을 펼쳐 보이며 줄줄이 파기하고, 독도 영토 주권 강화에 대해선 일본의 눈치를 보며 급기야 국민을 속이거나 예산조차 반영 않더니 이벤트성 공약은 잘도 이행하고 있는 이번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월 교과부의 업무보고를 통해 당초 2025년이던 달 탐사선 발사 계획을 2020년으로 단축시킨 바 있다. 이 계획은 이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선정돼 우주 개발 중장기 계획에 반영됐으며, 2017년까지 국제 협력을 통해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20년엔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자력으로 발사한다는, 매우 원대한 꿈을 담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그런데 정부가 달 탐사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벌였으나 기한 내에 통과하지 못한 탓에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해당 사업을 반영시키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연말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여당 의원을 통해 1단계 총 2000억원의 달 탐사 관련 예산 중 내년 예산 400억원을 새해 예산안에 반영시켰노라고 전해진다. 애초 예산안에 없던 사업을 무리하게 끼워넣기한 셈이다.
해당사업이 5년이나 단축될 수 있었던 건 북한이 일찌감치 자체 발사체를 통해 광명성 3호를 쏘아올려 궤도 진입에 성공한 사실로부터 자극받은 측면도 얼추 엿보인다. 아울러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떠들던 창조경제의 사례에 이를 얹기에 매우 적절한 재료인 데다 성공하게 된다면 국가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고,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도 해당 사업을 추진하게 된 동력이 됐을 듯싶다. 대내외 과시용 이벤트로 활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전투기조차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아울러 러시아의 기술력에 의존한 채 정작 기술 확보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로호의 사례에서 보듯 우주 발사체는 물론이거니와 첨단 기술력의 응집체랄 수 있는 달 탐사선을 단 5년만에 우리 기술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모르겠다.
참고로 세계에서 3번째로 달 탐사선을 달에 착륙시켜 귀환까지 성공한 중국조차 발사체 완성에서 달 착륙선 발사까지 5년이란 긴 시간이 소요됐단다. 혹여 개발할 능력과 기술력이 있다 한들 우리의 재정 여건을 놓고 볼 때 과연 우주쇼에 눈독을 들일 만큼 여력이 있기나 한가 모르겠다. 가뜩이나 세수 확충이 어렵고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작 아이들의 밥상 및 보육과 관계된 예산까지 축소하는 마당에 타당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하는 행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울러 독도 영토 주권 강화를 위해 국회가 방파제 건설 예산 100억원 증액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독도입도지원센터 건립을 보류한 데 이어 해당 예산 증액마저 거부했단다. 이건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정작 필요한 곳에서의 예산은 거부 당하고, 창조경제라 불리는 허울 좋은 과시성 이벤트엔 팍팍 지원되는 이러한 현상..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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