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천년전 만들어진 반려견 기림비석을 아시나요?

새 날 2014. 11. 1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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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임실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도라는 일기예보를 접한 뒤라 추위가 걱정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기우였습니다.  임실에서의 체감기온은 활동하기에 최적이었습니다. 

 

제가 들른 곳은 전라북도 임실군 하고도 오수면 오수리라는 곳이었는데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오수장터가 열린다고 하여 간 곳이지만, 정작 장터에선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고 덕분에 이곳 저곳 눈팅하며 돌아다니다 우연히 다른 쪽으로 발길이 향했더랬습니다.

 

 

다름아닌 의견비(義犬碑)라는 곳입니다.  이곳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천년전 그러니까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개인(金蓋仁)이란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잔디밭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인근에서 불이나는 바람에 그에게 불길이 번졌고, 그때 그의 개가 냇가에 가서 몸을 적셔 주위의 불을 끄고 자신은 지쳐 쓰러져 죽었답니다. 

 

나중에 깨어난 그가 이 사실을 알고 개를 위한 무덤을 만들어 무덤 앞에 지팡이를 꽂아 두었는데, 얼마 후 지팡이에선 싹이 돋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커다란 느티나무가 되었답니다.  이 나무는 후에 오수(獒樹)라 불리며 오수면과 오수리라는 현재 이곳의 지명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요.  의견비는 주인을 살린 개의 충성심을 후세에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는군요.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 아니던가요?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도 아니라면 TV 애니메이션 등에서 본 것 같습니다.  의견비 안내문에 기록돼 있는 내용을 보니, 고려시대 최자(崔滋)가 지은 '보한집'에 해당 내용이 실려있다더군요.
 

 

의견비 입구입니다.  공원처럼 가꿔진 안쪽으로는 휴식공간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으나 우리가 들렀을 당시엔 아무도 없어 을씨년스러웠습니다.

 

 

개의 형상을 한 동상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개를 기리는 동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마을 이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이니 당시 개의 충성심이 대단하긴 했던 모양입니다.

 

 

개의 무덤과 비석이 세워진 곳입니다.  뒤켠으로도 여러 개의 비석이 있었는데, 오랜 풍파를 이겨낸 탓인지 음각의 글귀가 대부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상태였답니다.  아울러 왜 여러 개의 비석이 세워진 것인지 안내문엔 소개되어 있지 않아 영문을 알 순 없었습니다만, 김개인의 개 이후에도 마을에서 나름 충성심이 뛰어난 또 다른 개가 죽을 때마다 주인의 마음을 담아놓은 게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마을 쪽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 개의 형상을 보고 있자니, 우리집 개 미르가 언뜻 떠오릅니다.  미르의 충성심은 김개인의 개에 훨씬 못 미치겠지만, 언제 봐도 맹수와 같은 골격과 외모 덕분에 든든한 맛은 있습니다.  물론 그게 미르의 유일한 장점이긴 합니다만..   :)

 

 

오수리 끝 언저리에 다리 하나가 있습니다.  이를 건너니 금암마을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터벅터벅 쉬엄쉬엄 걸으며 시골길의 정취를 한껏 느껴봅니다.  역시 시골 골목길은 마냥 정겹습니다.

 

 

끝으로 오수장터에서 본 당근입니다.  줄기(?)가 그대로 달려있더군요.  크기도 크기입니다만, 서울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라 나름 신기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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