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사막에서 연어낚시> 원작과 비교해 보니 무언가 아쉬워

새 날 2014. 10. 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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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 너무 예뻤다.  포스터도 그랬다.  때문에 오래전 관람했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에서의 포물선을 그리며 물위로 떨어지는 낚시줄의 유려한 움직임의 연출을 은근히 기대했다.  사실 멋진 주변 풍광속 고요히 흐르는 맑은 물 위에서의 플라이낚시 장면만으로도 나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기에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당시의 감흥을 또 다시 기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낚시는 단지 하나의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 이를 매개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 어디쯤엔가 위치할 영화일 듯싶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실은 이 영화 역시 '폴 토데이'라는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를 관람하자마자 난 우연찮게 구한 원작 소설을 읽게 됐다. 

 

그런데 초반엔 비슷한 분위기로 흐르던 내용이 종국엔 전혀 다른 결말로 끝을 맺는 게 아닌가.  예쁜 제목과는 달리 소설은 일종의 정치 풍자가 주를 이루며 영화와는 전혀 다른, 제법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럼 일단 상세한 비교는 뒤로 미루고 우선 영화 줄거리부터 알아보자.

 

 

중동에, 아마도 이라크 내지 아프가니스탄쯤 될 듯싶다, 파병 보낸 영국군, 누군가 지도를 거꾸로 읽어 그만 자신들의 표적이 아닌 이란에 오폭을 하고 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가뜩이나 중동 지역에서의 영국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상쇄시킬 언론의 1면을 장식할 무언가 좋은 소식이 필요했다.

 

 

총리실 홍보 담당 패트리샤(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주변인들을 통해 뉴스거리를 수소문한다.  그러던 와중 예멘의 돈 많은 왕자가 자신의 나라에 위치한 황량한 사막에서의 연어 낚시 프로젝트를 영국의 한 투자 컨설턴트 회사에 의뢰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패트리샤는 이 소식이야말로 시체가 즐비하거나 폭탄이 터져 박살난 도시를 비추는 천편일률적인 중동 뉴스에서 벗어나 비로소 영국에 매우 우호적인 소식으로 대체 가능할 것이란 직감을 얻음과 동시에 이를 추진하게 된다.



투자 컨설턴트 회사의 해리엇(에밀리 블런트)은 예멘의 무하메드 왕자(아므르 웨이크드)로부터 해당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이를 조율하는 입장이다.  예멘의 척박한 기후 환경에서 연어가 살 수 있을지의 여부가 가장 관건인 상황에서 영국 해양수산부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 박사(이완 맥그리거)에게 이 황당 프로젝트에 대한 조언이 구해지고, 그는 도저히 불가능한 프로젝트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지만, 정치권으로부터의 퇴직 압박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참여하게 되는데...

 

 

영화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예쁜 제목을 비롯 충분히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끌 수 있는 소재라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게 무얼까 고민해 보았다.  해답은 원작에 숨어있었다.  원작과 비교해보니 영화가 왜 엉성한 느낌이었는가를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소설은 결코 가벼운 로맨스만으로 흐르지 않으며, 정치인들의 말도 되지 않는 꼼수를 제대로 비틀고, 또한 그들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기도 한다.  물론 영화에서도 총리실 홍보 담당 패트리샤를 통해 그러한 측면을 들춰내긴 하지만, 결국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의 맥은 로맨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의 사랑 연기보다 패트리샤로 분했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신들린 듯한 능청스러운 연기만이 눈에 들어온다는 건 결국 영화의 주제가 원작과 완전히 어긋나고 있다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 장치 아니었을까 싶다.

 

원작 및 영화에서의 공통 기제인 믿음과 정치인들의 정치적 행위는 어쩌면 상반된 개념일지 모른다.  원작 소설은 예멘에서의 연어낚시 프로젝트를 통해 믿음과 정치 속성, 그 둘의 대비된 메시지를 던진다.  물론 중간 중간 알프레드 존스 박사와 해리엇의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묘사되긴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양념에 불과할 뿐이다. 

 

 

감독은 제목만큼이나 예쁜 로맨틱 영화를 꿈꿨음에 틀림없다.  만일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영화 역시 그냥 그저그런 로맨틱 장르의 한 편으로 기억될지 모를 일이지만, 원작과 비교해 보니 단순히 그저 그런 영화로 그치는 게 아닌, 역주행한 결말 탓에 안타깝게도 원작이 주는 감흥을 완전히 갉아먹는 느낌이다.  차라리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보았던 멋진 낚시 장면이라도 넣어주었더라면 좀 덜 억울할 뻔했다.

 

물론 감독이 의도하는 바가 있었을 테니, 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주제 넘는 일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다소 진중하면서도 많은 여운을 남겼던 원작의 느낌을 영화에서도 그대로 살렸으면 좀 더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감독  라세 할세트롬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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