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지금 사랑하는 이의 첫모습이 첫사랑이다

새 날 2014. 10. 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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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 박중훈 주연의 원작이 상영된 지 무려 24년만에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원작을 너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재밌게 봤던 탓에 사실 이 작품이 그 감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던 터다.  24년의 시간적 간극이 내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음은 물론일 테다.

 

원작을 감상했을 당시 난 미혼이었고, 2014년 현재는 기혼 상태다.  원작을 누구와 감상했는가는 너무 오래된 일이라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 아니 전혀 나지 않는다.  분명한 건 현재의 짝지를 만나기 전이었으니, 그분과 함께 했던 건 확실히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시커먼 남자와 함께 이런 류의 영화를 봤을 리도 없을 것 같다.

 

어찌됐든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혼일 때와 기혼일 때의 차이란, 영화를 보는 관점마저 바꿀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변수로 와닿는 사실이 내겐 더 중요하다.  최진실씨와 박중훈씨의 원작은 너무도 예쁘게 그려져 있어 알콩달콩하다가도 때론 쌉싸름할 때도 있는 결혼생활에 대한 환상을 충분히 불어 넣고도 남는 느낌이었다.

 

 

물론 신민아 조정석 주연의 이번 작품 역시 내가 미혼이었다면 당시 원작과 객관적인 감상 비교가 가능했을 테지만, 기혼 그것도 신혼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중년이 되어 이를 보고 있자니 비교 포인트가 완전히 달라지는 느낌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반대로 내게 많은 것을 안겨준다.

 

원작이 그랬듯 이 영화 역시 '짝사랑' '집들이' 등 소제목을 붙인 여럿의 단편들로 제작되어 그들을 한데 모아놓은 옴니버스 방식이다.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 영민(조정석)과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미영(신민아)의 신혼 생활을 코믹하며 경쾌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신민아 씨의 연기는 이번에 처음 접한다.  TV에서조차 본 기억이 없다.  그녀의 외모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과연 최진실의 뻔뻔스럽거나 천연덕스러우며 때로는 사랑스럽기까지 했던 그 다재다능한 연기력을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터다. 



하지만 다행히 나의 선입견을 뛰어넘는 연기력을 펼쳐 주었다.  최신실만큼의 능청스러움은 아니지만, 대신 톡톡 튀는 매력과 안아주고 싶을 정도의 애교 신공 정도는 충분하고도 넘쳤다.  조정석의 연기는 또 어떤가.  박중훈이 노련함이라면 그에게선 풋풋함을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둘은 최진실 박중훈만큼 꽤나 괜찮은 조합이었다. 

 

 

개인적으로 원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집들이에서의 최진실이 노래하던 장면과 중국집에서 박중훈이 짜장면을 먹고 있던 최진실의 얼굴을 짜장면 그릇에 지그시 누르던 장면이다.  안타깝지만 그외의 것들은 너무 긴 시간이 흘러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번 영화에서도 두 장면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신민아는 사실 음치가 아니다.  그녀가 음치가 아니라는 건 영화가 종영된 후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흐르는 음악이 다름 아닌 조정석과 그녀가 함께 부른 노래라는 사실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어쨌거나 음치가 아닌 그녀가 음치인 양 남편 친구들 앞에서 부르는 진지한 노래는 최진실의 음역을 마구 넘나들던 그 코믹버전과는 또 다른 맛을 선사해준다.

 

 

조정석이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있던 신민아의 얼굴을 짜장면 그릇에 쑤셔박는 모습도 나온다.  당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얼굴을 누른 상태에서 보다 골고루 묻히기 위해 뒤통수를 누른 채 그릇을 한 바퀴 돌려주기까지 한다.

 

원작에선 에피소드 수가 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작품에선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그리 많지 않은 느낌이다.  특히 특정 에피소드는 지나치게 길게 할애된 데다 억지 감동을 주려는 느낌 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던 건 유일한 흠이다.  하지만 원작에서처럼 이번 작품 역시 시종일관 밝은 느낌을 잃지 않아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하고도 한참이 지난 이들에게 있어 이 영화는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알다시피 삶이란 희노애락이 늘 함께하거늘, 결혼생활이라 하여 다를까?  신혼의 달달했던 느낌은 시간이 흐르며 갈수록 무뎌지고, 결국 결혼생활 역시 치열한 삶의 일부로만 남게 된다. 

 

이 영화는 과거 풋풋했던 연애시절과 신혼생활 그리고 현재의 모습이 한데 뒤섞인 채 오버랩되며 결혼 생활 전반을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아울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곁에서 늘 함께 해오던 짝지를 다시금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만들어주기도 한다.  이래나 저래나 참 행복감을 주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감독  임찬상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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