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학부모에게 폭행당하는 선생님들 어찌하오리까

새 날 2013. 3. 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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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들이 두드려 맞고 있다.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에게 맞기도 하거니와 심지어 학부모들로부터 폭행당하는 일까지 최근 부쩍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 이쯤되면 세태가 변해도 너무 많이 변한 거다. 교사 폭행 등의 교권 침해 사례가 최근 5년새 160%나 증가했다는 통계 결과가 이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은 일이 학생 인권 강화에 따른 상대적인 교권 추락에서 비롯된 원인으로 판단, 교사들의 교권 회복를 위해서라도 이젠 학생들의 인권을 축소해야 하지 않나 하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일견 완전히 틀린 말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학생 인권을 조금 후퇴시켜 체벌 등을 가한다 하여 이미 추락할대로 추락한 선생님들의 교권이 과연 살아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이것이 교사 폭행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런지는 의문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 인권과 선생님들의 교권은 별개 문제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결국 매맞는 선생님 문제는 학교 내부에서보다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나가는 게 맞을 듯싶다.

자식을 위하는 부모 마음이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지만, 자녀수가 줄어들다 보니 자식에게 기울이는 사랑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 오히려 이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오죽하면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자녀 곁에서 맴돌며 직접 학점을 챙기거나 학교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헬리콥터맘이란 유행어까지 만들어졌을까 싶은 거다. 이런 생활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부모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며, 심지어는 대학 졸업 후 취업 과정마저도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인 거다. 이쯤되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 봐야 하는 거 아닐까.

자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품안에서 지내야 안심이 되는, 이러한 집착형의 부모들일수록 질풍노도의 불안한 청소년기 귀한 자녀가 학교에서 선생님께 맞았다는 소식만으로도 분노 게이지 솟구치게 하는 일이 되어 물불 가리지 않고 학교로 뛰어드는 것이리라. 자식 사랑하는 일이 죄는 아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이 달리 있는 것이 아닐진대, 결국 작금의 세태는 학생들의 인권 강화나 선생님들의 상대적인 교권 추락 문제와는 별개로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과잉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개인주의화된 사회적 분위기에서 '선생님을 존경하자'와 같은 꼰대스런 고루한 얘기나 '자식에 대한 과잉사랑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다'와 같은 뻔한 담론들, 당연히 우리 귓속까지 들어올 리 없고, 그저 귓바퀴만 맴돌다 사라져 가는 공허한 메아리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리보다 먼저 겪었을 선진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단 학부모라 하더라도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여 예약하지 않으면 학교에 발조차 들일 수 없게 해야 한다. 학교의 문턱이 높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겠지만, 그보단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더 클 듯하다. 학부모의 학교 출입이 줄어들게 되면 교사 폭행의 확률 내지 개연성 또한 크게 낮아지게 될 것이며, 아울러 여전히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을 부모들의 치맛바람이나 촌지 등 학교 내 부조리를 막는 데에도 특효약이 될 듯싶다.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여서라도 교사 폭행을 일삼는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일반 폭행죄와 구분,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높아진 형량으로 인해 교사 폭행에 대한 충동적인 욕구를 일정 부분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며, 이를 통해 선생님들이 안정된 틀 안에서 보다 질 좋은 교육활동이 가능해지고, 나아가 아이들에게도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보장받게 해 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속담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사교육의 영향력과 부모들의 과잉사랑, 아울러 교권 추락 등 이땅의 선생님들이 딛고 서 있는 자리, 영 위태위태하기만 하다. 이런 변화들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기에 어떤 특정 캠페인 등을 통해 제자리로 돌리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 때문에 일단 폭행 억제 수단 마련과 사후 조치 강화와 같은 작은 부분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듯싶은 거다.

이땅의 교사들, 진정한 선생님으로서 대우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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