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조건이 있어요. 지금처럼 자신의 애칭이 요런 건 싫으니 이렇게 불러줬음 좋겠노라는 등 사소한 일까지 사사건건 국민들을 간섭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네요. 애칭이란 게 누가 불러달라 해서 불리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닌 거 잘 아시잖아요?
가뜩이나 새 정부 출범부터 유신의 재림 내지 부활이니 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에까지 국가가 간섭하려 한다는 우려 섞인 반응들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젠 별칭마저도 통제받아야 하는가 하는 뜬금없는 걱정거리 하나를 더 안겨주는 것 같아 갑갑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박 대통령께선 누누이 창조와 미래 그리고 혁신이란 용어를 강조해 오며 늘 입에 담고 계셨지만, 최근까지 일련의 흐름을 놓고 볼 때, 사실상 통치 스타일이 그와는 이율배반적인 것 같아 약간의 걱정이 앞서게 되는 상황이군요. 아마도 애칭을 언급한 건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별칭 또한 좋게 불렸음 하는 간절한 기대감에서 표출된 결과라 생각합니다.
국가의 살림을 도맡아 운영하다 보면 중요하고 큰 일이 얼마나 많겠어요. 이렇듯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가뜩이나 복잡다단할 대통령님의 머릿속일 텐데요. 사실 별칭이 뭐 그리 중요한 건가요. 우리 국민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때가 되면 어련히 가장 어울릴 법한 이름으로 불러드리게 될까요. 조바심내며 이렇게 불렸음 좋겠다 하지 않더라도 일정 시기가 지나게 되면 박 대통령님의 통치 스타일과 이미지에 가장 어울릴 만 한 별칭이 자연스레 만들어지게 될 겁니다.
따라서 별칭의 성격은 전적으로 박 대통령님 하시기에 달린 일이라 봅니다. 국민들에게 인정과 존경을 한 몸에 받게 된다면 그에 맞는 적절한 애(愛)칭이 만들어질 테고요, 당연히 반대의 경우 또한 그에 어울릴 법한 애(碍)칭이 따라 붙게 되겠지요. 16대와 17대 대통령의 예를 볼까요? 노무현 대통령은 "노짱"이란 매우 친숙하며 다정한 별칭으로 불려왔어요. 대통령이란 권위를 벗어 던지고 국민 속으로 보다 깊숙이 다가온, 친근했던 이미지가 반영된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님이 싫어라 하시는 스타일, 그냥 "MB"...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우선 그가 매우 권위적이었기에 마땅히 부를 만 한 호칭이 없었다는 점이 반영된 경우라 봐야겠네요.
가까운 과거를 돌아보더라도 대통령의 애칭이란 건, 스스로가 의도하기 보단 통치 스타일을 통해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이제 막 새 정부를 이끌어갈 대통령께서 좋은 의미의 애칭으로 불리고, 또 좋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으시다면, 전적으로 국민 속으로 뛰어들어 오로지 국민의 편에 서서 일하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일정 부분 이미 손상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따라서 박 대통령님의 대표이미지(?)랄 수 있는 '신뢰'와 '원칙', 끝까지 사수하셨음 하는 작은 바램이 있는 겁니다.
부디 좋은 애칭 부여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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