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차떼기' 연상시킨 국세청, 집안 단속부터 먼저

새 날 2013. 3. 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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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이하여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3분의 2가 "대한민국은 불투명하고 믿을 수 없는 나라"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국가나 정부에 대한 불신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것압니다. 우리 사회를 투명하지 않다고 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인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만, 최근 국세청에서 벌어진 비리 사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수긍 가능할 것 같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의 모 팀, 이 팀에 소속된 팀원 전체가 세무조사 대상 업체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아 나눠 쓴 일이 적발된 것입니다. 그동안 세무 공무원의 개인 비리는 끊임없이 있어 왔지만, 이렇듯 한 팀의 팀원 전체가 조직적으로 연루된 사건은 처음 있는 일인지라 충격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쇼핑백에 담긴 5만원권을 팀원들간 고루 나눠 가졌다는 이들의 대담한 수법은 얼마전 새누리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차떼기 수법을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사실 이번 사건이 수법 면에서 매우 치밀하며 조직적인지라 놀라움을 주고 있다지만, 그나마 적발이 되었기에 수면 밖으로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직원들의 돈과 관련한 윤리의식이 바닥이고 돈을 좇는 세태가 사회에 만연한 이상 적발되지 않아 수면 아래 감춰진 또 다른 비리들이 얼마든 가능하리란 개연성 때문에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국세청 직원들에게 이번 일은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수치심과 자존심 상하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불똥이 과연 어디까지 튀게 될 지 전전긍긍해 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건이 국세청의 조직 개혁에 큰 영향을 끼치겠지요. 하지만 실추된 국세청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늘 해오던 방식인 사람만 바꾸는 일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새로이 출범하였습니다. 이제 갓출범한 박근혜 정부, 5년동안 그 무엇보다 국민들의 불신을 불식시켜 나가는 일에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듯싶습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건 이미 그녀 스스로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법과 원칙을 유난히 강조하여 왔지만,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통치행위 때문에 정부 불신이란 끔찍한 결과만을 낳게 되었다는 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세금을 제대로 징수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해야 할 국세청에서 이렇듯 통큰 비리를 펑펑 터뜨려주시니 국민들은 이들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될 테고 때문에 과연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려 할까 싶군요. 복지를 화두로 꺼내든 박 대통령이기에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증세는 불가피한 일인 듯하고, 어떤 식으로든 세수 확보를 위한 대국민 설득에 나설 테지만 과연 설득의 당위성을 담보해낼 수 있을런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새로이 국세청장 후보자로 내정된 강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던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앞에 놓인 과제는 산더미 같습니다. 비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조직 개혁과 박근혜 정부의 공약에 발맞춘 증세를 통한 세수 확보 등...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본격적인 증세 논의에 앞서 우선 국세청의 비리 방지를 막을 수 있는 철저한 집안 단속부터 먼저 이뤄져야 할 듯싶습니다. 가뜩이나 불신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안전이 제대로 담보되지 않은 믿을 수 없는 정부의 곳간에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맡길 국민들,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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