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깨끗한 편의점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새 날 2013. 3. 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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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란 곳, 동네 구석구석 눈길 닿는 곳엔 여지 없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가장 흔한 점포 형태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저도 가끔 이용하고 있습니다만, 언젠가부터 편의점 발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대부분은 편의점을 직접 운영하고 계시는, 개인사업자들의 하소연성 짙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 그에 대한 횟수나 강도가 점점 커져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제는 화이트데이, 편의점 앞 가판대엔 각양각색의 사탕들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는데요.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에선 특별한 날이니, 편의점 매출 대박이라는 막연한 공식을 연상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특별한 날이 편의점주들에겐 오히려 고통스런 날이라더군요. 편의점주가 필요한 만큼의 물량만을 발주하여 판매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대목을 맞은 업체에서는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강제 발주시킨답니다. 물론 다 판매 못할 경우 반품이 되지 않아 점주들이 전부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구요. 편의점주들에게 있어 특별한 날이 오히려 대박은 커녕 불편한 날로 변질되는 이유입니다.

지난 1월 15일 편의점을 운영하던 한 청년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취업도 여의치 않았던 그에게 다가온 편의점 본사 영업사원의 "처음 3개월 순이익 350만원, 그 후로 월 600만원 보장"이란 제안은 그저 달콤하기만 했습니다. 기대에 부풀어 선뜻 계약을 하고 편의점 운영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영업사원의 말과 천양지차였던 겁니다. 매출은 형편 없었고, 경영실적은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데, 5년간의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할 시 위약금마저 모두 날려야 할 형편인지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운영을 계속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할 순 없었습니다. 하지만 적자영업이란 결과에 대한 본사의 조치, 냉혹하기만 합니다. 그에게 계약해지 예고통보를 해 온 것입니다.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한 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얼마전엔 업체들의 무리한 입점 때문에 도마에 오르기도 했었는데요. 실제로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이 길 건너, 그리고 한 블록 옆에 버젓이 새로 들어와 영업을 시작하는 모습,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업체들간의 과다 경쟁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만, 아무리 점포를 늘려도 업체에게는 손해 보는 구조가 아닌지라 우리가 볼 때 무리해 보이는 과다 입점도 마다않는 듯합니다. 결국 편의점 업체의 영업기반이란 게 편의점주의 고혈을 짜내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이란 소문이 일정 부분 사실인 듯합니다. 오즉하면 편의점업체와 점주와의 계약을 "노예계약"이라 할까 싶군요.

하지만 불편부당한 일이 계속되다 보니 그에 따른 반발이 내외부로 커져나가고 있는 상황, 편의점 업계의 이러한 과다 입점과 불공정 계약 관행이 결국 공론화되어 최근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가 이뤄졌습니다. 발의된 개정안의 핵심골자는 이렇습니다. 편의점의 24시간 의무영업 금지, 과도한 해지위약금 금지, 본사의 가맹서비스가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계약 철회 가능, 본사가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할 경우 형사처벌, 가맹계약서 사전등록 의무화 등입니다.

당장 편의점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4시간 의무영업 금지는 결국 그에 따른 피해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안기는 결과가 될 것이며, 이는 편의점 업계의 존폐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그들이 해 온 관행을 볼 때 그저 엄살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24시간 영업은 수요가 미치는 곳에서만 이뤄지는 게 맞을 듯합니다. 밤새 손님이 끊기는 지역에선 제 아무리 편의점이라 해도, 불을 끄고 문을 닫는 것이 에너지 절약이란 국가적 시책에도 부응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번 관련법 개정안 발의란 것이 그동안 막강하며 불공정한 슈퍼갑의 행세를 톡톡이 해왔던 편의점 업체들의 '작용'행위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맞을 듯합니다. 이제껏 편의점주들로부터 짜낸 이익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업체들, 할 말 없는 것이지요. 개정안 발의를 시작으로, 거대기업과 힘없는 개인 간의 계약인지라 부당해도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던 개인사업자들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 그동안 해왔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제자리로 돌려놓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고, 아울러 동반성장이란 키워드에 부합하는 사회적 환경과 토대 조성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더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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