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돌아오는 안철수, 왜 "링컨"을 품에 안았을까?

새 날 2013. 3. 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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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이 한창인 미국, 종전이 되면 노예제도의 폐지는 유야무야될 상황, 이를 진작 간파한 미국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 종전을 위해 파견된 남측 협상단을 교묘히 묶어놓고 부러 종전을 뒤로 미룬 채 통과시킨 헌법 수정안, 이에는 노예제도 폐지라는 당시만 해도 매우 급진적이며 혁신적이기까지 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종전을 미루며 비록 많은 희생을 불러왔지만, 링컨은 결국 노예제도 폐지라는 인류사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족적을 남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들을 위한 그의 노력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을지, 이후 갑자기 늙어버린 그의 모습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안철수 그가 돌아온다. 18대 대선 직후 미국으로 떠난 지 약 3개월만이다. 정치계가 연일 술렁이고 있다. 대선 패배로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야권, 그의 정계 복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특별한 구심점이 없는 그들에게 안철수의 재등장이 자칫 블랙홀이라도 되는 건 아닐까 하여 내심 걱정인 듯하다. 아울러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는 야권뿐 아니라 여권마저도 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눈치다.

새정치의 불쏘시개가 되어 우리 정치 지형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했던 그, 일단 대선 정국에서 현실 정치의 벽에 거세게 부딪히며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돌아오는 안철수, 그가 "링컨"을 품에 안았다. 왜일까? <링컨>, 이번주면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되는 영화다. 평소 직접적인 표현보다 간접적인 메시지를 통해 그의 의중을 밝혀왔던 그간의 전례에 비쳐 볼 때 그가 링컨을 품에 안았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영화 <링컨>에서 링컨은 당시 금기시되어 왔던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며, 줄곧 노예 해방과 자유 평등이란 인류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애써 왔던 인물로 그려져 있다. 우리에게 진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개인의 영달이 아닌 오롯이 국민들을 위한 정치 실현을 위해 목숨마저 바친 인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들과의 소통엔 관심 없고, 일방통행식의 전권을 휘둘러 왔으며, 정치권은 국민들에 대해선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당리당략에만 사로잡힌 채 서로 물어뜯고 있는 우리의 정치권을 에둘러 비판하며, 안철수는 이러한 기존 정치권과는 선을 긋고 국민들을 위해 보편적 가치와 진보라는 화두를 가슴에 묻은 채 새정치를 선보이겠노라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그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우선 4월 재보궐선거 출마 선언에 따른 잡음이 여러 곳으로부터 들려 온다. 이에 대해 그의 명확한 입장과 태도가 필요해 보이며, 어떤 식으로든 교통정리가 되어야 할 듯싶다. 18대 대선에서 보여준 그의 우유부단했던 행동 또한 그의 점수를 스스로 일정 부분 깎아 먹었다. 알듯 말듯 애매모호한 화법과 태도로 끝까지 일관하여 지지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에게 관심이 있던 많은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아울러 대선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 서둘러 미국으로 떠난 모양새도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이왕지사 정계에 본격 뛰어들 작정이라면 이제껏 그가 보여왔던 행보에서 본격 탈피해야 한다. 그에 대한 환상 내지 신비감은 이미 젖혀졌다. 그에게 던져진 것은 이제 현실 정치 그 모습 그대로인 거다. 그가 보이는 새정치란 형태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진보니 보수니 하며 진영을 갈라 서로 물어뜯기에 여념없다. 이러한 상황에 야권마저 구심점을 잃은 상태인지라 안철수의 귀환이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가 내세운 새정치라는 불쏘시개가 진정 갈라진 우리 사회를 하나로 통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모습으로 진화, 국민들 앞에 선보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의 재등장이 어떤식으로든 우리 정치 지형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단순한 합종연횡이 아닌 진정 새로운 정치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했으면 한다.

국민들을 위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때로는 반대 진영과도 기꺼이 직접 협상에 나서기도 했던 링컨, 당시엔 급진적인 주장이라며 주변으로부터 배척당해야만 했던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그의 굳건한 믿음이 결국 지금의 미국을 있게 했듯, 안철수 그의 정치 또한 오롯이 국민들 앞에서 새로운 형태로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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