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일, 모 공군 부대가 운영하고 있는 군견소대 취재 기사 하나가 서울신문 지면에 실렸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날렵하며 영민한 군견들에 대한 신비로운(?) 생활상을 소개한 글입니다. 기사에서는 멋진 개와 함께 생활하는 핸들러라 불리는 취급병들이, 자신들이 취급하고 있는 군견의 일상을 소개하며 매우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의 말미에 이런 내용의 글이 있었습니다.
"군견도 때가 되면 제대한다. 관리규칙에 따라 8~9살(인간나이 65세)쯤 되면 후각과 추적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안락사를 시키거나 대학 수의과에 학술용으로 기증된다. 군 이외의 생활을 차단하는 것이다. 철칙이다. 군견으로 살다가 군견으로 죽는 셈이다."
은퇴한 군견의 남은 여생에 대한 보장 없이 무조건 안락사 시키는 야만적인 행위도 문제이긴 합니다만, 이번엔 이들 군견들의 실습용 기증이란 불법행위 문제가 불거진 것입니다. 참고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일한 동물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금하고 있답니다.
대한민국은 군견 강국입니다. 그만큼 군에서 운영하고 있는 군견의 수가 많다는 의미인데요. 해마다 뽑는 군견, 매우 까다로운 군견 발탁 과정에서 탈락한 수많은 예비군견들에 대해, 국방부는 그동안 모두 안락사시켜 왔던 것으로 전해졌었지요. 이러한 잔인함 때문에 애견인들의 공분을 일으켜, 지난해 말 국방부는 이후로 안락사시키지 않겠다 약속하며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국방부란 곳이 워낙 성역화되어 있는 곳인지라 이후로 잘 지켜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일반인들이 알기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강도 높은 훈련 때문에 군견의 수명이 일반견의 그것에 비해 짧다는 사실 익히 잘 알려진 바이고, 때문에 8년 정도면 예전의 날렵함이나 예리함 등 신체적 반응속도가 떨어지게 되어 결국 은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은퇴하는 군견들 또한 모두 안락사되고 있다지요. 여기에 은퇴한 군견들이 동물병원의 실습용으로 기증되는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 방위의 중책을 맡고 있는, 국방부란 특수한 지위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만, 그렇다고 하여 이들에게 생명을 함부로 다룰 권한마저 부여된 것은 아닙니다. 군견 발탁과정에서 탈락한 수많은 예비군견들을 안락사 시켜 오고, 또 훌륭히 자신의 임무를 묵묵히 완수하고 은퇴한 군견에 대해서도 안락사라는 잔인한 조치를, 아울러 이들을 실습용으로 기증해 온 관행으로 볼 때 국방부는 개라는 동물을 생명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단순한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
국방부는 이제껏 관행으로 여겨왔던 예비군견의 안락사와 은퇴군견의 안락사 그리고 실습을 위한 기증 행위 모두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관련 한국군, 알고보니 군견을 실습용으로… 파문 / 대한민국 군견의 기구한 운명 / [이종원 선임기자의 카메라 산책] 공군 제16전투비행단 군견소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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