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주권, 우리 국민들에게 주어진 게 맞는가 싶군요. 미군은 남의 땅, 대한민국 영토에 들어와 무소불위의 행동과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한 각종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일삼고 있지만, 정작 그들에 대한 처벌은 커녕 범죄자인 그들 의지에 의해 떳떳하게 행동토록 방임되고, 오히려 피해 당사자인 우리가 닭 쫓는 개 지붕 쳐다보듯 그저 그들 눈치만 보다가 흐지부지되기 일쑤입니다.
매번 이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건이 불거져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그에 따른 여론이 비등해져서야 이에 대한 성토가 이어져 왔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너도 나도 한 마디씩 던집니다. 그저 그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냄비 근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며, 또 영악하게도 이를 역이용해 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군에 대해 들끓던 악감정과 여론들이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면, 이런 상황을 틈타 그들은 교묘히 빠져나갑니다. 물론 우리 국민들의 그들에 대한 악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아주 가끔은 주한미군사령관의 형식적인 사과와 같은 적절한(?) 퍼포먼스가 곁들여지기도 합니다.
지난 5년간 크고 작은 주한미군의 범죄가 2,000건을 넘어섰지만, 그중 구속 수사를 받은 인원은 4명에 불과합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란 보호막 때문입니다. 그나마 이 협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조금씩 개선되어 오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 미흡합니다. 이에 따르면 미군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현장에서 검거해야만 조사가 가능하며, 검거 실패 시엔 미군 측이 츨석 요구에 응해 와야만 경찰 조사가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도 강제성이 없기에 미군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조사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경찰들, 사건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땅 우리 국민들에게 해코지를 한 그들이기에 누구보다 수갑을 채우고 싶은 심경이겠지만, 뻔한 결과가 예측되다 보니 경찰들 또한 심한 자괴감을 느껴 왔을 터, 이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범죄행위를 저지른 이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주한미군이든 그 누구이든 간에 우리 경찰이 떳떳하게 수갑을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의 이런 막되먹은 행동이 우리 국가, 우리 민족에 대한 우월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칩시다. 그들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잡힌 고정 관념에 대해선 뭐라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국민들이 다른 나라에 나가 벌여왔던 추한 행동들, 사실상 우리도 할 말 없지요. 다만 그들의 관념이나 생각과는 별개로, 이땅에 배설해 놓은 그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만큼은 우리 스스로가 따끔하게 본보기를 보여주어, 그들의 향후 행동에 조건반사식 제동이 걸릴 수 있게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함은 분명합니다. 일종의 범죄 억제 장치겠지요.
결국 우리에겐 여전히 불리하게 작용하는 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들의 관념이나 사고방식 따위야 우리가 어떻게 뜯어고칠 순 없겠지요. 다만, 지금처럼 우리에게 불리한 협정을 교묘히 악용하여 그들이 이땅에서 벌여온 각종 범죄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한 것만은 분명해 보이고, SOFA 개정이 그에 대한 유일한 답인 것 같습니다.
주한미군 측에게 과거와는 다른, 전향적인 자세 따위 요구하지 않습니다. 양심 따위 바라지도 않습니다. 스스로 수사에 협조해 줄 것 또한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이런 요구는 모두 공염불에 불과하단 사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의 들끓고 있는 여론으로부터 기와 힘을 모아, 속히 SOFA 개정 협상 테이블을 마련, 한 미 양국이 서로 마주 앉을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미군범죄의 악순환을 끊어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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