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세계 곳곳에서 굵직한 이벤트들이 연출되고 있다. 우리에게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불러올 만 한 건들이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다. 미국 연방정부 예산 자동 삭감인 시퀘스터 발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 협상을 놓고 벌이는 백악관과 공화당의 밀고 당기기가 점입가경에 이르며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갑툭튀하며 요즘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단어, 시퀘스터(Sequester)에 대해 알아봐야 할 듯하다. 시퀘스트레이션(Sequestration)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내겐 왠지 전자보다 요놈이 입에 더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연방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2011년 잠정 합의해 놓은 예산 삭감 계획을 말한다. 정치권이 협상을 통해 특별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한 이틀 후인 오는 3월1일부터 연간 85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깎이며, 2021년까지 총 1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이 삭감된다. 지난 1월 1일 발동 예정이었으나 세금 인상과 예산 삭감이 동시 시행될 경우 미국 경제에 크나큰 부담이 될 것을 우려, 정치권이 발동 시기를 두 달 늦춰놓은 것이다.
미국의 예산 삭감, 그것도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싶다만, 시퀘스터가 실제로 발동될 시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입장에선 당장 국방 예산 삭감으로 인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 수 있겠고,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퀘스터 발동에 따른 미국의 경기 침체는 가뜩이나 2000이란 깔딱고개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고 지리하게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크다.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 간의 정략적인 힘겨루기로 인해 우리와 같은 약소국들이 도매금으로 한데 묶여 직접적인 피해 사정권 안에 강제로 떠밀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매일경제 >
한편 시퀘스터 발동 시한을 앞두고 전전긍긍해 하고 있을 백악관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 50개주에 미칠 악영향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공화당에게 압박을 가했다. 시퀘스터가 끼칠 해악을 낱낱이 까발려 공화당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인 거다. 오바마 대통령 또한 시퀘스터 발생으로 인해 대규모 예산 삭감이 이뤄질 경우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 경고하며, 이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전국 주지사들에게 협력을 호소하기도 했다. 예산 삭감이 실현된다면 지방 공공서비스에 가장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주지사들이 지역 의원들을 직접 만나 사태의 심각성을 설득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공화당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협상 대신 정치적 공방만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 겁주는 정치 선동을 당장 집어치우고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라"며 딴청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퀘스터의 발동 자체가 아니라 시퀘스터 발동으로 인한 충격이 미미할 때라 보는 시각이 있고, 아울러 지난 연말의 재정 절벽 협상 때 오바마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으니, 이번엔 시퀘스터 발동을 그냥 놔둬 직접 한 번 겪어보자는 극단적인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어 협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실제 시퀘스터 발동의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공화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퀘스터가 미국 경제에 줄 파장과 그에 따른 비판을 정치권이 스스로 떠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재정절벽 협상 때도 그랬듯 막판 시한에 몰려 연기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단 이번에도 역시 땜질처방이지 싶다.
백악관과 공화당의 폭탄돌리기식 치킨게임, 이틀후면 결판이 날 싸움이지만,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의미한 정쟁이 될 듯하다. 다만 웃어른의 재채기만으로도 아랫것들에겐 생채기가 생기는 법, 우리들 입장에선 그들의 의미없는 정쟁만으로도 유탄에 의해 큰 상처를 입고, 숨죽이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그저 답답할 뿐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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