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서울시 하수도요금이 20% 인상된 사실 혹시 알고 계신가요? 뭐 비단 상하수도뿐이 아니지요. 도시가스, 전기 등 웬 만한 생활 필수 요소들의 요금이 최근 정권 교체시기라는 혼란스런 틈을 이용해 일제히 오른 것입니다. 일반 공산품과 농산물의 가격, 더 말해 무엇하겠어요. 입만 아프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엔 성인들의 기호품 인상마저 논의되고 있어 우리들의 마음이 저 차갑고 황량한 동토로 내몰리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최근 담뱃값 인상에 대한 공론화가 시도되더니, 급기야 2000원 인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관련 법안 발의가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담뱃값 5000원의 시대가 눈 앞에 도래하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술값 인상마저 들썩이고 있더군요. 진영 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술값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매겨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무조건 찬성하고 있노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만의 거칠고 과격한 음주문화는 사회적 비용을 꾸준히 증가시켜 나가 고질적인 사회 병폐가 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때문에 술값 인상은 이에 대해 경종을 울려 술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고 아울러 세수 확대까지 꾀하고자 하는 다중 취지로 읽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음주문화 행태에 메스를 댈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술값 인상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5000원이란 담뱃값은 애연가들의 끽연 욕구에 대한 탄성을 거의 없애 일정 정도의 금연 효과를 불러올 수 있으리라 예측되고 있습니다. 반면 술값 인상의 경우 초기엔 당장의 인상 충격 때문에 판매가 줄어들 수 있을 지 모르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주 욕구에 대한 탄성이 커지며 마치 당겼다 놓은 스프링마냥 도로 처음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된다면 술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는 커녕 비싸진 술값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란 예측마저 가능해집니다.
음주가 무조건적으로 해로운 건 아닙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 부인하긴 힘들 겁니다. 가뜩이나 힘겹고 버거운 삶, 술의 힘에 의지해 위안을 얻어 온 서민들에게 어쩌면 술값 인상이란 날벼락은 그런 측면에서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술값 인상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비싸진 술값 때문에 열 받아 마시는 술의 양을 더욱 늘려 서민들의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을 한층 쪼들리게 할 것이며, 이로 인해 다시 술이 술을 부르게 되는 악순환을 만들어낼 공산이 오히려 커 보일 수 있다라는 겁니다.
때문에 직접적인 술값 인상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 서민대표 술인 소주의 알콜 도수를 지속적으로 낮춰 나가는 겁니다. 물론 지금의 소주 도수도 20도 이하라 예전에 비해 10도 이상 낮춰진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조금씩 더 낮춰 나가 보는 겁니다.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조금씩... 마치 서서히 끓고 있는 비커 물 속의 개구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모른 채 죽어가듯 우리 국민들이 소주의 낮은 도수에 자신도 모른 채 서서히 익숙해지게 만들어 가는 겁니다.
이로 인한 기대효과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겠는데요. 첫째, 전 국민이 비커 속 개구리가 되었으니, 점차 낮아지는 소주 도수에 의해 우리 국민들 대다수의 주량이 맞춰지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약한 도수로 인해 술에 취하는 빈도수가 줄어들게 될 테고 이는 음주로 인한 각종 사고를 줄여 사회적 비용을 크게 낮추는 효과마저 볼 수 있을 겁니다.
두번째, 낮은 도수의 소주에 적응 못하는 일부 애주가들, 이들은 결국 더욱 많은 소주를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렇게 된다면 술값을 인상하여 얻을 수 있는 세수 확대 효과 이상을 이들을 통해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음주문화의 병폐와 세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술값 인상 조치만이 능사는 아닌 듯합니다. 그래도 굳이 끝끝내 술값을 올려받아야 되겠다 싶으면 서민들의 술 소주, 맥주, 막걸리 등은 그냥 놔둔 채, 서민들에게는 너무 비싸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양주나 와인 등 비교적 고급 술에만 적용시켰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 봅니다.
관련 담뱃값 이어 세금 부과 술값 인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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