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담뱃값 인상이 청소년 흡연율을 낮춘다?

새 날 2014. 10. 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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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담뱃값 인상이 곧 서민 증세 아니냐'는 비난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1일 청와대 10월 월례 경제정책 브리핑에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심각한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는 것일 뿐 결코 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청소년 흡연율을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흡연율은 22.8%로 OECD 성인 평균 25.9%에 육박한단다.  이유야 어찌됐든 심각한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파이낸셜뉴스

 

경제 정책 수장들이 돌아가면서 어느 날엔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한다고 했다가 또 다른 날엔 전체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서라더니, 이젠 그도 잘 안 먹히니 드디어 청소년 흡연율까지 끄집어냈다.  그럴듯한 논리다.  담뱃값을 인상하게 되면 경제적 능력이 취약한 아이들부터 당장 담배를 끊을 것이며, 성인들 역시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현재 정부의 안대로 2천원이 인상된다고 가정해 보자.  경제적으로 여력이 없으며 골초가 아닌 아이들의 다수는 실제로 금연할 확률이 꽤 높을 듯싶다.  그러나 이 또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으며, 가격이 익숙해지는 순간 마치 요요현상처럼 흡연율은 재차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현실적으로 한 번 생각해 보자.  담배엔 니코틴 성분이란 게 들어 있다.  알다시피 이로 인해 의존증이라 불리는 중독 증상이 발현되며, 때문에 어른들조차 한 번 익숙해진 담배를 중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심신이 미약한 청소년들에게 있어 니코틴 의존증은 어른들보다 더욱 벗어나기 힘든 일일 테다. 

 

담배에 맛들인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떡하든 이를 피워야 하기에 비싸진 담배를 구하기 위한 온갖 묘수가 동원될 테고, 이는 필시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폭력 행사 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즉 흡연율 감소 효과는 미미한 반면, 인상에 따른 반대급부로 학원 폭력 등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공산이 오히려 커 보인다.

 

ⓒ조선일보

 

그렇다면 정부가 말하는 흡연율, 특히 청소년 흡연율 감소의 진정한 효과를 기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해법은 있다.  아주 단순 명료하다.  현재의 정부안대로 담뱃값 2천원의 인상으로는 어림없다.  감히 담배를 떠올리기조차 힘들 만큼 대폭 인상시켜야 한다.  일례로 담배 한 개비 피우는 일이 신사임당이 그려진 화폐 한 장을 돌돌 말아 태우는 효과만큼은 돼야 할 정도로 말이다.

 

이렇듯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면 어쭙잖게 청소년 흡연율 감소니, 국민 건강 증진 따위의 수긍 어려운 논리는 꺼내지도 말라.  지난해 경기도 수원의 모 중학교 교실에서 흡연하던 학생들을 적발한 학교 측에서 아이들에게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도록 행정당국에 직접 신고하여 논란을 야기시킨 바 있다.  이처럼 '흡연 청소년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자'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지금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흡연 청소년에게 과태료를 부과하자라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담뱃값 인상이나 흡연 청소년 과태료 부과는 직접적인 흡연 욕구 차단 방식으로는 매우 그럴듯해 보이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는 풍선효과 내지 요요효과를 불러오거나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공산이 크다.

 

아이들의 흡연을 막기 위해선 과태료 부과나 담뱃값 인상과 같은 단순 정책보다는 흡연에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개선이 오히려 절실하다.  담배를 접할 수 있는 유해환경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담뱃값 인상이 청소년의 흡연율을 줄일 것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은 잘못됐다.  청소년 흡연이 담뱃값 때문이란 논리는 터무니없다.

 

아울러 보건복지부가 올해보다 13배 늘어난 내년 금연사업 예산 1521억원 중 청소년 흡연예방교육에 519억원을 투입키로 했단다.  올해의 20배인 어마어마한 규모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이며 형식적인 기존 방식의 흡연예방교육을 양과 횟수만 크게 늘리는 꼴이라 벌써부터 예산 낭비에 불과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하는 일이 매번 이렇다.

 

담뱃값 인상과 형식적인 흡연교육이 아니라 아무리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맘만 먹으면 담배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과 흡연 욕구를 불러오는 영화 속 흡연 장면 그리고 화려한 담배 포장 따위의 흡연에 대한 쉬운 접근성부터 차단하고 규제해야 한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에도 미성년자의 담배판매 및 구매를 엄격하게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청소년들이 가장 쉽게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편의점인데, 알다시피 이곳의 담배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높다.  일례로 계산대에서 손만 뻗으면 쉽게 닿는 위치에 담배 진열대가 설치되어 있기 일쑤이며, 화려한 광고 효과로 청소년들의 담배 구매 욕구를 자극해오고 있다. 

 

흡연 남학생의 2명 중 1명은 편의점이나 가게 등에서 담배를 직접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고, 담배를 사려 시도했다가 구매에 성공한 비율이 무려 76%에 달한다는 통계 결과가 담배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성이 얼마나 높은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포장의 화려함이 분별력 없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자칫 흡연자는 자유롭고 멋진 영혼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담뱃갑의 포장과 문구 역시 이미 세계 70여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에서 권고한 대로 금연 경고그림으로 대체해야 한다.

 

진정 청소년 흡연율이 낮아지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정부는 가격 정책으로 밀어붙이지만 말고 담배 마케팅, 광고 규제 등과 같은 실효성 있는 금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울러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특히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담배를 쉽게 접할 수 없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가서 피우는 등 아주 작은 노력이 동반될 때만이 청소년 흡연율 감소에 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다.

 

담뱃값 인상이 청소년 흡연율을 낮춘다?  난 그 의견에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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