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헐.. 블로그만 했을 뿐인데, 자다가 떡이?

새 날 2014. 7. 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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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에 발을 담근 건 지난해 1월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1년 반 정도가 지난 셈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제법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블로그란 게 가상 공간에서의 활동이기에 대부분 인터넷 상에서의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티스토리 생활 1년 반만에 내게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온라인에서의 연줄이 오프라인까지 맞닿은 것이다. 

 

블로그 이웃분께서 옥수수 한 박스를 보내 주셨다.  물론 온라인에서의 활동량이 워낙 많고 유명한 블로거들이야 이런 일쯤 별 게 아닌 걸로 와닿겠지만, 변방에 머무르며 지극히 활동 범주가 좁은, 이른바 저품질 블로거에겐 무척이나 새롭고도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택배로 배달된 옥수수 박스를 뜯으니 아주 실하게 생긴 녀석들로 그득했다.  그런데 박스가 놓여져있는 걸 본 막내 녀석이 어디서 난 거냐며 내게 대뜸 묻는 게 아닌가?  왜 그래야 했는지 그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녀석에겐 택배 박스의 출처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_-;;  어쨌거나 순간 우쭐해진 난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분이 보내온 거라며 자랑스레 대답했다.  그랬더니 녀석 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자식.. 블로그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생기고 그러는 거란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주고 받으며 생긴 친분만으로 선뜻 선물을 보내온 게 여전히 믿기지가 않는 모양이다.  블로그에서 알게 된 사람과 어떻게 실제 선물까지 주고 받을 수 있는 거냐며 마냥 신기해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녀석이 평소 블로그의 존재를 얼마나 하찮게 여겨왔던 것인지 어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온라인에서의 인연과 오프라인에서의 그것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 여겨오던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에서의 관계란 건, 물론 이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다,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쉽게 깨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인 데다가 얼마든 이미지 포장이 가능하기에 실제의 삶과 온라인 속에 비친 삶의 모습이 전혀 다른 경우가 허다해 깊이 있는 관계나 소통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여겨오던 차였다. (모든 분이 그렇다는 건 아니니 이 대목에서 오해 없으시길..)

 

모처럼 가족들과 옥수수 파티를 열었다.  맛있다고 난리 부르스들이다.  물론 공짜로 얻어 먹을 때의 희열이 보태지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이 거지 근성이란.. -_-;;

 

싱싱하면서도 맛있는 제철 옥수수를 맛보게 해준 블로그 이웃분이 너무도 고마운 입장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고마움보다 오히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다른 깨달음을 선사해 준 것 같아 더욱 고맙게 와닿는다.

 

온라인에서의 관계라고 하여 그곳에서의 인연이 전부라 여겨오던, 아니면 익명성이 큰 온라인의 특성 상 거기에서 이뤄지는 관계를 그동안 가벼이 여겨왔을지도 모를 막내 녀석에게, 온라인을 통해서도 얼마든 진지하며 좋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일깨워 준 점이 가장 큰 소득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블로그질을 열심히하다 보면 이렇듯 분명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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