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장모님이 너무해

새 날 2014. 7. 13. 08:25
반응형

처가쪽 친척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요.  날이 너무도 더운지라 제대로 갖춰 입은 채 돌아다니는 일만 해도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장마전선은 필요할 때 한 번씩 올라와서 비를 뿌리지는 못하고 왜 한반도 아래에서 꿈쩍 않은 채 눌러앉아있는 걸까요?  북태평양기단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덕분에 위도가 높은 곳일수록 빗방울 구경이 힘들어지고 때 아닌 가뭄에 불볕더위마저 가해지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예식장 위치도 저희를 도와주지 않는군요.  예식장 찾는 일이 이번처럼 힘든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곳은 거대한 타워 형태였는데, 한 개의 건물이 아닌 수 개의 건물로 이뤄져 각종 쇼핑몰과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무려 두 곳, 그리고 온갖 음식점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서 있는, 흡사 도심 속 요새와도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마구 빨아들이고 있더군요. 

 

하지만 건물 주변엔 예식장 안내판 하나 없어 완전 까막눈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결국 주변 상인들에게 알음 알음 물으며 찾아가긴 했는데, 더욱 황당하게 만든 건 그 건물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조차 예식장의 위치를 대부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예식장, 땀이 비오듯 쏟아집니다.  다들 이 곳의 위치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드네요.  간만에 만나뵙게 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십수년만에 뵙는 분들도 계시는지라 대부분의 분들로부터 세월의 무게가 느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꼬마였을 아이들은 훌쩍 자라 모두 듬직하거나 어여쁜 성인이 되어 있었고요.  잊고 있던 제 나이를 이런 식으로 또 한 번 확인하고 가네요. -_-;; 

 

헐...  이 많은 짐을 어찌 들고 가라고..

 

이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렇듯 한 번씩 올라오실 때면 장모님께선 당신의 자식들을 위해 떡이며 기타 먹거리들을 한 가득 싣고 올라오시곤 합니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답니다.  직접 만드신 미숫가루며 떡이며, 그리고 매실 원액 등을 이번에도 한 짐 저희에게 안겨 주셨더랬습니다.

 

하지만 반가움보단 사실 난감함이 먼저였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왔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하여 택시를 이용하기엔 턱도 없이 먼 거리였고요.  사실 이 불볕더위 속에서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땀이 비오듯 흐르는 상황인데, 비록 짧은 거리라 해도 양 손에 짐을 한 가득 든 채 걷는다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장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잠깐 걸어보니 양쪽 팔은 빠질 듯 아파오고 더위로 인한 땀 세례를 피할 길 없었답니다.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모양 안 빠진다고요?  양복 입은 채 짐을 한껏 들고 걸으면 좀 어떤가요.  날이 너무 덥고 힘이 든다고요?  그러면 또 어떤가요.  여름이니 당연하게 받아들여야겠죠.  비록 집에 도착하여 뻗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들고 걷는 이 짐 속엔 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세상 유일 장모님표 자식 사랑이 한 가득 담겨있는 걸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