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대한민국 전체는 절망과 탄식에 빠져든 채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 모두는 너나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진상 규명을 통해 유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며, 나아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가 개조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노라 강조하고 또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되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세월호 국정조사가 'VIP'와 관련한 왜곡 발언을 빌미로 여야 간 충돌이 빚어지며 파행으로 치닫고 말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 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으며,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그저 속으로만 삭여야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VIP'가 뭐길래 뉴스란 뉴스는 전부 이 단어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는 걸까? 심지어 국정조사마저도 중단될 정도이니 말이다.
'Very Important Person'의 약자쯤 될 거라는 건 알겠는데, 하필이면 지금 이 용어가 왜 흥하고 있는 걸까? 굳이 의미를 헤아려본다면, '중요한 고객' 내지 '특별한 주의 및 관심을 요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경우에 쓰이는 단어다. 때문에 청와대나 정치권에선 예전부터 자신들끼리 대통령을 호칭할 때 암암리에 사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JTBC뉴스화면 캡쳐
한편, 2일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당시 청와대와 해경의 대응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던 일이었는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물론 결과가 공개되기 전 이미 어떤 상황이었으리란 예측은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눈과 귀를 통해 이를 직접 확인하려니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해경이나 청와대 모두 제대로된 상황 파악과 조치보다는 오로지 'VIP'에 대한 보고 걱정만을 하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조차 바다에 잠겨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300여명의 승객들 안전보다는 오로지 대통령에게 혹여 보고가 잘못 이뤄지지 않았을까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심지어 청와대의 경우 엉성한 초동대처로 인한 구조 실패를 인지한 상황에서도 오롯이 구조자 숫자 번복으로 인한 후폭풍만을 걱정했을 뿐, 배 안에 갇혀있는 승객들에 대해 안전 상황에 대한 염려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수백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긴박한 순간에서조차 헛웃음을 잃지 않는 여유와 무모함을 보여주었던 청와대다.
당장 대통령에게 잘못 보고되어 문책을 당할 일 등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할 뿐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분에 걸맞게 일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해경과 청와대, 아니 대한민국의 현 주소 아닐까 싶다. 대통령이 해경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들고 나온 이유 또한 보다 명백해졌다.
아마도 자신들의 과오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그 원인이 되는 싹을 아예 잘라 버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일종의 증거인멸? 그랬다. 그러나 만약 해경이 해체될 정도라면 청와대는 그냥 자폭 수준이 되어야 맞는 게 아닐까? 하지만 중이 제 머리를 깎을 수는 없는 노릇일 테니 결국 국민들이 깎아주어야 하나?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국정조사는 여야의 어이없는 정쟁으로 인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 집단을 절대 믿을 수 없게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여야 정치인들에겐 세월호로 희생된 300여명의 목숨이 고작 정쟁의 수단으로밖에 보이질 않는가 보다.
백날 입으로만 사탕 발림 같은 말로 떠들 뿐 정작 일선에선 이렇듯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들에게 과연 부조리한 세상의 변혁을 맡겨도 될 만큼 사사로움 없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될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7.30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셈법에만 몰두하고 있을 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캡쳐
이쯤에서 우린 VIP의 의미를 다시금 헤아려 보자. 자신의 직책에 걸맞는 책무를 다하기보다 모두들 대통령 바라보기가 된 채 대통령 눈치만 보는 얼빠진 공무원과 정치인들이라면, 그들에게 있어 'VIP'란 중요한 사람의 개념이 아닌, 자신들의 안위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이기에, 아울러 'VIP'라 불리는 분은 부조리한 이 현실을 타개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한껏 높이고만 있기에, 앞서 정의된 의미로서의 'VIP'라기보다 외식업계에서 일종의 진상 부리는 고객을 칭할 경우 은밀히 사용되어지는, '귀찮은 사람'이란 의미로서의 'VIP'가 참의미가 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다들 왜 VIP만 죽어라고 바라보고 있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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