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돈으로 거래되어선 안 될 것들이 거래되는 세상

새 날 2014. 7. 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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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브라질에서 임신한 여성과 아이를 입양하길 원하는 여성이 페이스북을 매개로 아기를 매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물론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뿌리깊은 남아 선호 사상이 여전한 이웃나라 중국에선 제법 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던져 준다.  생후 7개월 된 친딸을 인터넷에서 60만원에 매매한 20대 아빠가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어 온 아기의 부모는 대학에 진학하며 동거를 시작해 자연스레 아기가 생긴 경우인데, 아직 학생 신분이라 경제적 능력이 없던 그들, 아내를 친정으로 돌려 보내고 그동안 아빠 혼자 모텔을 전전하며 7개월간 아기를 키워왔던 걸로 전해진다.  하지만 분유 먹일 돈도 없던 그는 아기 키우는 일이 도저히 불가능해지자 입양을 시도하려 했고 까다로운 입양 조건과 절차 때문에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될 것이 두려운 나머지 결국 이를 포기, 휴대폰 메신저를 통해 아기 매매 의사를 타진한 끝에 구매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고 애지중지 길러져야 할 아기들, 출생신고도 이뤄지지 않아 법적으로는 아직 인간으로 볼 수도 없는 생명들일진대, 이들이 돈 주고 거래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있는 유무형의 것들이 널려있는 반면, 아무리 액수가 크더라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아니 절대로 매매가 되어선 안 되는 것들이 존재한다. 



사랑?  원래 돈으로 구할 수 없는 속성을 지닌 게 분명 맞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래엔 이마저도, 비록 거짓이 됐든 진실이 됐든,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하여 마치 반려동물 매매가 이뤄지듯 귀한 생명이 매매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마지막 선마저 벗어나 버린, 우리 사회가 결국 막장의 끝자락에 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우려스럽게 하는 건 아기 매매가 이번 한 건만이 아니라 암암리에 일어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부분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입양 관련 검색을 직접 해 보았더니, 입양과 관련한 질문 글에 아이를 구한다는 답글이 달린 상황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어두침침한 인터넷 한쪽 구석에 또아리를 튼 채 먹잇감이 나타나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만에 하나 7개월된 딸 아기의 매매 사실이 지인을 통해 신고되지 않았더라면, 정식 입양절차가 아닌 이상 아마도 이번 사건은 아무도 모른 채 영원히 덮여 완전범죄로 마무리되었을 공산이 크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봐선 이러한 방식의 매매가 심심치 않게 있으며 적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 그 배후로는 미혼모 등으로부터 버림받은 아기 브로커들에 의한 검은 커넥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7개월된 딸아이를 단돈 60만원에 판매한 아기의 아빠는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우습게 여긴 대가로 벌을 달게 받으면 될 문제이다.  정작 중요한 건 아기를 구입한 쪽이 아닐까 싶다.  아기를 구입한 브로커 내지 조직에 대한 조사가 지금보다 훨씬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경찰 조사 결과 아기를 산 여성은 이혼한 채 혼자 살면서 자신이 낳은 아이 4명과 입양아 1명까지 총 5명을 키우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에 또 다시 추가로 입양하게 된 상황이란다. 

 

그저 아기가 좋아 자신도 모른 채 벌인 일이며, 그녀로부터 범죄적 의심이 될 만한 특별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5명의 아이를 돌보는 일조차 버거워했다는 여성이 한 명을 더 보태 모두 6명의 아이를 혼자 양육한다는 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다.  사법당국은 차제에 아기 매매의 브로커와 커넥션을 찾아 모두 끊어내야 할 테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아기 매매에 대한 재발 방지의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아기 브로커들을 일망타진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 듯싶다.  보다 근본적이며 구조적인 여러 문제점들이 복잡다단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결혼 전 출산한 이들에 데한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이들이 자꾸만 음지로 숨어들다 보니 아기가 걸림돌이 되고, 그러다 보면 영아 살해나 이번 사건과 같은 매매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기 십상이다.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지 않고선 재발 방지는 사실상 요원할 텐데, 경제적 어려움이 동반되는 미혼모 문제의 해결은 결국 돈이자 복지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그들을 향한 사회의 냉대와 삐딱한 시선 또한 양지로 나오게 하는 데 있어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한다.  복잡한 입양절차와 같은 제도적인 문제점들도 산적해 있다. 

 

비록 뜻하지 않게 얻어진 아기이지만 최소한 이를 키울 동안 만큼은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이들을 보듬어 제도적 정책적으로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살기 힘들다고 하여 그리고 아기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귀중한 생명을 돈에 의해 거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 따위 다시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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