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언론의 과도한 홍명보 흠집내기 볼썽사납다

새 날 2014. 7. 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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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최근 브라질 월드컵에서 보여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졸전과 그의 원인으로 지목된 선수 선발 내지 기용 등 독단적인 선수단 운영의 문제점을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접목시키거나 비교하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난 스포츠는 그저 스포츠로만 바라보았으면 하는 게 보다 솔직한 속내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스포츠를 보며 웃고 울고 열광하는 일조차 우스운 꼴이 되기 십상이며, 스포츠 정신이 증발된 스포츠는 익히 알고 있던 스포츠라 칭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사실 브라질 월드컵 이전의 홍명보라는 인물은 평판이 매우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2002년 월드컵에서의 탁월한 활약 이래 선수시절 굳어진 맏형 이미지가 은퇴 후에도 고스란히 남아, 그에게선 언제나 든든함이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이미지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 180도 변하게 된다.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심지어 홍 감독에 대한 각종 패러디물이 난무하며, 조롱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연예인 뿐 아니라 스포츠인들에게도 인기란 신기루와 같아서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기도 하거니와 또 하루 아침에 사라지곤 하는, 그러한 성질의 것인가 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 검색결과 캡쳐


며칠전 축구팬들로부터 엿세례를 받았던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이번엔 언론의 타깃이 되었다.  축구에서의 주특기가 비록 수비라지만, 이런 상황에선 그조차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이 함정이다.  그의 행동 하나 하나엔 미운 털이 제대로 박힌 모양새다.  7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이 지난 5월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의 토지를 11억원에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 감독이 구입한 토지 일대는 한국판 '비버리 힐스'라 불리는 신흥 부촌이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사실을 매우 상세하면서도 친절히 언급하고 있었다 (물론 이곳이 실제 부촌인지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언론은 이런 엉뚱한 곳에 힘을 쏟지 말고, 정작 국민들이 알고 싶은 진실 규명에나 힘을 보태주면 어떨까 싶다.

 

월드컵이라는 중차대한 거사를 앞두고 그에게 과연 개인적인 일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있었을까를 언급하며 우리 언론들은 일제히 부적절한 그의 처신을 질타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볼 때 마치 사생활의 내밀한 부분까지 들춰내듯 생뚱맞은 부위를 파헤친 언론이 정말로 야속했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홍 감독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하지만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 무슨 국무위원의 지위라도 되는 양 높은 도덕적 흠결을 요구하는 듯한 언론의 행태는 그야말로 도가 지나친 행위임에 틀림없다.  마치 청문회를 앞둔 국무위원 후보를 향해 벌이는 개인 신상털기와 현미경 검증을 연상시키게 할 만큼 꼼꼼하고 까탈스럽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왜 홍명보 감독은 이렇듯 동네북으로 전락하게 된 것일까?  막말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의 땅 구입이 그리 크게 문제될 사안은 결코 아닐 텐데도 말이다.  자신의 돈으로 필요한 제품을 구입하는 일이 뭐가 그리도 큰 흠이 된다고 이렇게까지 호들갑들인 걸까?  범죄 행위를 통한 부당 이득을 취해 얻은 돈이라면 모를까, 솔직히 과도하거나 너무 민감한 반응 아닐까?

 

물론 땅을 구입한 시기가 월드컵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개인적인 일에 잠시 시선을 돌린 게 그렇게도 잘못된 일이냐고 내게 물어온다면 난 결코 그렇지 않노라고 답할 듯싶다.  도의적으로 볼 때 월드컵에 조금 더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질 순 있겠지만, 알다시피 부동산이란 게 어디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매물이 떡하니 나오는 그러한 성질의 것이던가?  그 당시 반드시 구입해야 할 피치 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는가.  언론에서는 어떡하든 그의 흠집을 부각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눈치다.  결국 결과론적인 얘기 아닐까 싶다.  월드컵에서의 좋지 않은 성적이 이런 결과를 빚은 셈?

 

ⓒ뉴시스


아니다.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단순히 월드컵 성적 때문만은 아닐 테다.  홍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임명한 축구협회의 결정과 월드컵 최악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를 끝까지 유임시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우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저 사과하는 시늉과 양해를 바란다는 부탁만 할 뿐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책임지려는 사람은 분명 아무도 없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더라면, 아니 적어도 월드컵 이벤트가 없는 평소 같기만 했더라도, 전혀 문제삼지 않았을 법한 사소한 개인사까지 들먹여가며 홍 감독에게 흠집을 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건 아마도 이렇듯 홍 감독 뿐 아니라 축구협회가 보여준 비합리적인 행태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 때문일 테다.  물론 무작정 홍 감독에게 흠집을 내고자 개인사까지 들먹이는 시도도 바람직스럽지 않지만, 작금의 상황에 원인 제공을 한 자들(일례로 축구협회 등)마저 도의적 책임조차 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더더욱 바람직스러운 모습은 아닐 테다.

 

홍명보 감독에 대한 공격은 더욱 집요해지리라 예상된다.  자체 방어 전략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듯싶다.  이쯤되면 그 어떤 예쁜 짓을 해도 먹혀들지 않을 만큼 최악의 상황이라 볼 수 있다.  축구팬심을 등에 업고 있는 언론은 그를 어떡하든 끌어내리려 작정한 듯싶다.  축구협회가 되었든 아니면 홍 감독이 되었든 그 누가 되었든 이 문제에 대해 결자해지 없이 끝까지 고집을 부린들 결코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당장 아시안컵이라는 눈앞의 근시안적인 목표만을 바라보다가는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회복하는 건 그간의 노력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사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다. 

 

홍 감독과 축구협회 모두 물러서야 할 때를 이미 놓쳤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이다.  지금 물러선들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거니와 모양새도 별로다.  언론은 언론대로 본질을 벗어난 비난과 비판을 삼가했으면 싶다.  스포츠를 그저 스포츠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에 울고 웃고 해야 할 명분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경기에 나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문제이거늘 마치 한 사람의 잘못만으로 모든 걸 그르친 양 개인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꼼꼼하게 들먹이며 공격하는 모양새는 스포츠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일 테다.  언론 스스로 스포츠 정신을 벗어난 상황에서 이를 언급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가?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한국 축구일진대 언론의 과도한 흔들기, 이제 그만 하시라.  볼썽사납다.  스포츠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관심이 오히려 화를 불러와 그나마 유지돼 오던 팬심마저 모두 축구판을 떠나버리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언론들이여, 이러한 결과애 대해 정녕 그대들이 총대를 매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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