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할머니의 무한사랑일까.. 돈 욕심 때문일까

새 날 2014. 6. 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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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시피주에 살고 있는 3살의 여아 빅토리아와 관련한 사연은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할아버지 집에서 개에게 물려 한 쪽 눈이 실명된 데다가 얼굴엔 흉터마저 가득했던 빅토리아가 지난 5월 할머니와 함께 KFC 매장을 찾았는데, 주변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직원에 의해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다.

 

비록 이역만리 너머 다른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가뜩이나 한 쪽 눈이 실명된 3살 짜리 아이와 그 가족에게 얼마나 커다란 상처로 남았을까 싶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으며, 우리나라 곳곳에도 매장이 있는 KFC의 만행에 대해 이를 함께 성토하였고, 심지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불매운동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낸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KFC의 움직임은 너무도 기민했다.  글로벌 패스트푸드점의 지위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는 듯싶었다.  KFC는 즉각적인 사과와 함께 치료비 3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하였으며, 이 같은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에 의해 빅토리아와 그녀의 가족을 위한 후원 성금 모금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빅토리아 후원 사이트도 등장했다.  이제까지 모인 성금은 13만 5천달러에 달하며, 어떤 의사는 빅토리아의 무료 성형수술까지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 훈훈한 소식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KFC 측이 진상조사를 위해 빅토리아와 할머니가 해당 매장에 들렀다고 하는 날의 CCTV를 조사했더니 실제로는 그날 매장에 들렀던 기록이 전혀 없더란다.  아울러 해당 매장의 영수증에도 할머니가 주문했다는 으깬감자와 차를 판매한 기록이 없으며, 더 기가 막혔던 건 으깬감자 메뉴는 애초 해당 매장에서 취급조차 않는 상품이란다.

 

빅토리아의 가족들은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한 상태이고 빅토리아 측 변호인은 현재 응답을 거부하고 있단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미국 언론들, 비록 조심스럽지만 이구동성으로 극적인 반전이라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시나리오가 할머니의 자작극이라는 의미일까?  만일 그렇다면 할머니는 왜 그랬던 걸까?  어쨌든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세인들의 공분은 어느덧 KFC에서 빅토리아 할머니에게로 옮겨가는 분위기이다.



진실 공방으로 비화된 빅토리아양 사건은 지나친 돈 욕심에 의한 할머니의 사기극으로 점차 굳어져가는 양상이다.  만일 할머니가 이러한 모든 일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벌인 행위였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물적 욕망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한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29일 우리 언론에 보도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시의원의 살인청부사건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건 비단 나뿐일까?

 

시의원은 5억원이란 빚 때문에 살인 청부를 하고, 또 그의 친구는 7천만원이란 돈 때문에 기꺼이 사람을 죽인 이 끔찍한 사건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결국 물질만능사회가 그려낼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한 도막을 그대로 써내려간 셈이다.  살인 청부를 했던 그 시의원은 사건이 들통나자 심지어 친구에게 자살을 종용하기까지 했단다.  돈 앞에선 사람의 목숨조차도 우스워지는 세상이니, 어쩌면 3살의 꼬마 아이를 내세워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고 이를 통해 선의를 베풀고자 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일 따위가 뭐가 그리 큰 대수일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난 빅토리아 할머니가 애초 지금과 같은 결과를 염두에 둔 채 일을 꾸몄다고 여기고 싶지 않다.  만일 그랬다면 3살 꼬마 빅토리아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엄청난 일이 되는 셈이며, 그녀의 성장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 내심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아울러 당장 이번 사건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도움이 절박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안타까운 사연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빅토리아의 선례 때문에 선뜻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게 되어 무척이나 건조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두렵다. 

 

때문에 난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서 개에게 물려 상태가 너무 좋지 않게 된 빅토리아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 때문에 늘 연민을 갖고 있던 차에 주변으로부터 자주 놀림을 받게 되자 한 번쯤 경각심을 일깨워 빅토리아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싶었던 거라 생각하고 싶다.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작금의 풍경은 결국 할머니의 손녀에 대한 무한 애정이 빚어낸 산물이었던 셈이다.  아니 그랬으면 더 없이 좋겠다.

 

무엇보다 아직 3살에 불과한 빅토리아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세상 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받지 않은 채 부디 해맑게 자라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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