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본말전도된 커피점 죽치는 사람들 이야기

새 날 2014. 6. 25. 08:20
반응형

ⓒSBS 8시뉴스 캡쳐

 

최근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본다든지 노트북을 쓰거나 심지어 공부를 하느라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난 모양입니다.  지상파 방송에서조차 이를 다룰 정도이니까요.  24일 SBS 8시 뉴스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물론 커피 전문점의 입지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얘기일 텐데요.  이러한 상황은 보통 대학가 주변의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인 것 같습니다만, 근래엔 비단 대학가 뿐 아니라 웬만한 커피점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로 인해 자리의 회전율이 떨어지게 되고 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점주들이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점주 입장에선 손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도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을 텐데요.  괜히 잘못 얘기했다간 서로 얼굴을 붉히기 일쑤일 테고, 자칫 좋지 않은 소문으로 와전되기라도 하는 날엔 주변의 다른 손님들까지 발길이 뚝 끊길 수도 있는 문제이기에 섣불리 접근할 수조차 없는 모양입니다.  그저 속앓이만 할 밖에요.

 

그렇다고 하여 PC방처럼 시간당 얼마라고 정하거나 커피 한 잔에 일정 시간을 이용 가능하게끔 하는 방식은 너무 야박해 보여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을 테고요.  덤이나 공짜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고, 서비스 제공받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된 대가 지불을 여전히 꺼려하는 한국적 토양 덕분에 서비스 분야는 아직도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SBS 8시뉴스 캡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한국인만의 독특한 이기주의가 편승하고 있고, 얕은 시민의식마저 결합되다 보니 얌체족처럼 보이는 부류의 사람들이 더욱 많아 보이는 게 현실인 것 같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하다 보니 이러한 웃지 못할 상황마저 방송을 타며 공론화가 돼야 할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딱히 뾰족한 해결책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대학가라는 특성상 도서관을 잡지 못했거나 급히 처리해야할 보고서 등의 작성을 위해, 그도 아니라면 시험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을 경우 최후의 보루라 여겨지는 곳이 아마도 커피 한 잔 가격에 조용히 머무를 수 있는 바로 이러한 커피 전문점일 테니 인기를 끄는 건 너무도 당연해 보입니다.  도심의 인구 밀집도가 높은 점도 간과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외국의 쾌적한 환경과 단순 비교가 이뤄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때문에 그저 타인에 대한 배려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도 좀 더 싹트길 바래야겠죠?



이날 보도된 방송에 따르면 커피 한 잔에 죽치는 손님들 때문에 장사가 안 되어 심지어 폐업을 하신 분도 계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참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이러한 결과가 자칫 가뜩이나 비싸게 와 닿고 있는 커피값 인상의 빌미로 작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손님들의 죽치는 성향을 탓하며 점주들이 계속해서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면, 결국 가격 인상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여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들의 커피 가격은 지금도 충분히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쭉 훑다 보니 유독 보기 싫은 내용들이 눈에 밟힙니다.  가관일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커피 전문점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개인들의 이기주의적 성향을 탓하고 있었지만, 그들 중 소수의 댓글은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저열함 그 자체였습니다.

 

해당 기사의 네이버 다음 댓글 일부

 

 

극우 코스프레 커뮤니티 '일베' 같은 곳에서나 만들어졌음직한 여성 비하 표현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커피 전문점을 이용하는 행태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바라는 기사에서 뜬금없이 웬 여성 비하의 주장이 나오게 된 걸까요?  커피 전문점은 여성들만이 이용 가능한 공간이었던가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커피점에 앉아 한가로이 노트북을 사용하는 일을 '된장질'이라 표현할 때도 있긴 했지만, 넷북의 열풍과 함께 덩달아 값이 떨어진 노트북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든 지 한참일 만큼 흔한 아이템이기에 이를 커피점에서 활용하는 모습은 결코 흠이 될 수가 없습니다.

 

여성 비하를 의도하려는 자들은 잠복해 있다가도 특정 상황이 발생할 때면 활동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일부 여성들의 문제점을 마치 모든 여성들의 문제점인 양 확대재생산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들의 행동 뒤엔 잘못된 가치관과 비겁함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릇된 고정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힌 채 자신들보다 신체적으로 연약하여 상대적으로 만만하게 느껴지는 여성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듯 여성 비하에 팔을 걷어붙인 채 물불 안가리고 덤벼드는 남자들의 경우 외려 찌질한 스타일이 더욱 많지 않을까 생각되는 게 현실입니다.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면 그 상대가 여성이 되었든 남성이 되었든 자신의 자존감만큼 대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이라고 하여 남성 비하를 하지 못해 안 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볼 땐 그럴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타인을 비하하는 행위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에 불과할 뿐입니다. 

 

커피 전문점에서의 죽치는 손님들 때문에 매상이 떨어져 골치 아프다는 점주들의 하소연이 몇몇의 일탈행위에 의해 갑자기 여성 비하로 둔갑하게 되다니 이거야 말로 본말이 전도된 전형적인 사례 아닐런지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