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봇물 터진 의원 해외연수, 마지막 불사르기인가

새 날 2014. 1. 1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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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 없이 지방자치단체 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로 인해 뒷말이 무성하다.  이런 논란은 해마다 반복되어온 연례행사적 측면이 강한데, 왜 유독 올해의 연수를 더욱 문제삼고 있는 것일까.  이는 올해가 바로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해이기 때문이다.  때는 바야흐로 지방의원들에게 있어 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임기말 시점, 때문에 각 의회의 의원들은 저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라도 하듯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임기말, 너 나 할 것 없이 해외연수 떠나는 의원님들

 

경기도의회의 경우 전체 131명의 의원 가운데 대략 70%에 해당하는 91명이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해외연수에 나섰으며, 해당 예산 또한 10% 넘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회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교육위 등 일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무더기로 해외연수길에 나서는 바람에 가뜩이나 서울시 교육 예산 초유의 부동의 사태로 인해 자칫 예산이 집행되지 못할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도 나몰라라 하고 있는 셈이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들의 해외 연수는 시도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는 것으로, 안행부 기준에 따라 1인당 연간 200만 원 내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

 

임기말,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기적 절박감과 제 돈 안 들이고 다른 나라를 감상할 수 있다는 공짜심리가 절묘한 합일점을 찾은 탓인지 이러한 외유성 해외연수는 광역자치단체 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 의회에까지 그 영향이 미쳐 광풍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각 군 구의 의회 의원들, 너 나 할 것 없이 해외로 해외로 떠나고 있던 것이다.

 

지방 의회 의원들이라고 하여 해외연수를 제한해야 할 이유?  물론 없다.  오히려 견문을 넓히고 색다른 경험을 쌓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라도 한정된 예산의 범위 안에서 적극 장려해야 하는 게 옳다.  해외연수를 통해 경험과 전문적인 식견을 넓혀 의회 발전과 왕성한 의정 활동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듯 훌륭한 수단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무슨 연유 때문인지 잘 공개하려 들지 않는 의원들의 연수 스케줄을 보노라면 일정의 절반 이상이 관광에 할애된다.  일종의 좋지 않은 관행인 셈인데, 지방 의회 의원이라면 으레 해외여행 정도는 공짜로 다닐 수 있다는, 마치 특권이라도 되는 양 그동안 허황된 의식을 은연 중 심어온 경향이 짙다.  지방자치단체 시행 2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을 봐선 의원들의 자정 노력만으로는 이미 임계치를 훌쩍 넘어선 느낌이다.

 

자정노력엔 한계, 강제 수단으로 관행 없애야

 

반복되어온 이러한 관행을 뿌리뽑고자 지난해 정부가 연수계획 및 각 의원별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감사체계를 제도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강제성과 패널티가 없는 해당 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의원들의 외유성, 혈세 낭비성 해외연수는 계속되어 오고 있으며, 보고서 작성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해당 법령 미준수 시 물리적 제재가 전혀 없는, 그저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이는 의결기관과 집행기관 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정치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즘 사회 각 분야에서 민영화가 한창 화두인데, 정부는 공공부문을 민영화하여 서민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할 생각 말고 이런 부분에 민영화 적용을 적극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  일반 사기업들처럼 해외출장 가기 전엔 철저한 사전 계획을 제출하고, 다녀와선 보고서를 써 내듯 의원들의 해외연수에도 같은 방법과 수준 적용을 적극 강구해 나가야 함이 옳겠다.  물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연수 비용을 모두 뱉어내는 등의 패널티가 적용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처럼 있으나 없으나 별반 차이 없는 형식적인 권고 수준의 법령만으로는 우리 의원님들의 구태를 절대 변화시킬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나름 특권의식에 절어 계시는 의원님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임엔 틀림없다.  결국 여론의 힘을 빌리는 방법이 가장 좋을 듯싶긴 하지만, 하기사 여론의 향배가 그동안 자신들을 끊임없이 겨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꿈쩍 않은 채 외국행 비행기에 가뿐히 오른 그들이었기에 이 또한 분명 쉬운 일은 아닐 테다.   

 

아직 요원한 풀뿌리 민주주의

 

혈세를 외유성 해외연수에 마구 사용하는 의원들의 행태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눈총은 따갑기만 하다.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재정 탓에 복지 재원 마련도 여의치 않은 지역이 수두룩함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특권 사용엔 그에 따른 배려 따위 전혀 없다.  지역민을 위한 노력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 결과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 폐지라는 극단의 빌미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최소한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있지 않을 경우 해외연수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라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임기를 5개월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해외연수를 다녀와 봐야 솔직히 시기적으로 의정활동에 도움울 줄 수는 없겠고, 기껏해야 의원 개인의 견문 넓히기 용도가 전부일 듯싶다.  연수를 다녀와 그로부터 체득한 성과를 의정 활동에 반영하려면 최소한 임기가 절반 이상은 남아있어야 하는 게 현실적일 테니 말이다.  

 

열악한 지역 재정 따위는 전혀 고려 없이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의원들에게 있어 해외연수란 마치 마지막 불사르기라도 되는 양 너 나 할 것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모양새를 보아 하니, 우리 사회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엔 아직도 요원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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