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막장 치닫는 체육계 비리, 이번엔 끊어낼까

새 날 2014. 1. 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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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비리 사건으로 얼룩져왔던 체육계가 점입가경이다.  물론 작정하고 파헤친 결과 탓이긴 하겠지만 이쯤되면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는 수준이다.  한국 체육계는 최근 2,3년 사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스포츠가 모두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체육특기자 입시와 관련한 비리는 매년 반복되어 온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체육계만의 고질병과도 같은 악습이다.  아울러 각 종목마다 선수 선발을 둘러싼 잡음 또한 끊임이 없다. 

 

지난해 5월엔 모 태권도장 관장이 편파 판정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이란 극단의 선택을 했던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각종 비리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이를 근절한답시고 조건반사적으로 각종 대책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오히려 비리의 영역은 성역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진 데다가 대범하기까지 해졌고, 방법 또한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지능적이어서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문화체육부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등 체육단체 2099개를 대상으로 서면감사를 벌여 이중 문제가 제기된 493개 단체에 대해 현장 감사방식으로 특별감사를 진행, 총 337건의 비위사실을 적발해냈다.

 

ⓒ매일경제

 

이번에 드러난 비리들은 그야 말로 충격적이다.  조직 사유화, 단체운영 부적정, 심판운영 불공정, 회계관리 부적정 등 그 유형도 무척 다양하다.  비리 백화점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중 대한공수도연맹의 행태는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해당 연맹의 임원 자리를 회장 가족이 모두 꿰차고 앉은 경우로서 아버지는 회장, 장녀는 부회장, 장남은 심판위원장, 처남은 국가대표 감독, 차남은 국가대표 코치를 각각 맡았다.  특히 부회장이 대표선수들의 개인 통장을 관리하면서 훈련 수당 1억 4천542만 원을 횡령한 혐의까지 적발됐다.  온 가족이 한 단체의 임원자리를 모두 나눠가진 것도 모자라 선수들의 수당에까지 손을 댄, 파렴치한 범죄 행각을 벌여왔던 셈이다.

 

대한유도회는 임원 28명과 전문위원 19명의 과반 이상을 특정대학 출신으로 구성한 것과 국제 심판 추천 대상자를 집행부 임의로 선정한 사항이 적발됐다.  대한배구협회는 회관 매입 과정에서 시세보다 월등히 비싼 가격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등 횡령의 의혹이 있고, 그밖에 사적 비용을 예산으로 집행하거나 사업비 그리고 후원물품 등을 횡령한 단체들도 다수 적발됐다.

 

마치 우리 사회의 가능한 비리를 모두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이들이 그동안 저질러온 비위 행태는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단체를 온 가족이 사유화하여 운영하는 대담함을 보이거나 사제지간, 혈연과 지연을 총동원한 지인으로 이사회를 꾸려 선출직인 회장 자리를 장기간 유지해온 단체도 숱하게 존재한다.  임원을 특정대학 출신만으로 구성한 단체가 있는가 하면 승부 조작과 금품 수수 혐의로 처벌을 받은 사람이 버젓이 해당 단체의 요직을 두루 맡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체육계 전체가 온통 썩은 냄새로 진동한다.



그렇다면 체육계의 비리는 비단 이번 한 번 뿐일까?  앞에서도 살짝 언급한 것처럼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마다 반복되어온 연례행사와도 같은 구습이며 그때마다 정부는 특단의 조처들을 내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책은 언제나처럼 형식에 그치고 있고, 반면 도제식인 우리 체육계만의 독특한 문화에서 오는 특수성에, 뿌리 깊은 체육계의 관행이 더해지니, 단순히 단속과 처벌 위주로의 개선 대책만으로는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그동안 증명해 보인 셈이다.

 

학교 운동부를 기점으로 성장해온 한국 체육계는 마치 군대를 연상할 정도로 엄격한 선후배 위계 질서 때문에 지도자 간의 관계, 선후배 사이의 관계가 촘촘하게 얽혀있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일반 사회 조직과는 조금 다른, 특수성이 빚어낸 왜곡이 오늘날과 같은 단체들의 비리 백태로 발현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도 이번에 적발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  체육계 전반의 특수성은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전통 아닌 전통으로 인식되어 세대가 바뀌어도 그 행태들이 지속해서 답습해 왔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부가 체육계의 비리를 개선한답시고 직접 나섰지만, 언제나처럼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일관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정부는 체육계의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대책들을 쏟아냈고, 결과는 언제나 그렇듯 그게 전부였다.  체육계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은 사후약방문일 가능성이 높으며, 기본적인 문제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화려한 수식어의 남발만으로는 이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쉽지 않은 법이다. 

 

체육계의 단체들에는 체육진흥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이 이뤄진다.  도제식의 선후배 사이와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힌 체육계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왜곡 행태가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곳으로 전용케 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기 힘든 일이다.  

 

또 다시 체육계에 대한 개혁의 고삐를 죄기 시작한 박근혜정부, 단순히 말의 성찬으로 끝나거나 숫자놀음과 같은 형식적인 대책은 안 하니만 못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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