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여야 4자회담 중 검찰총장 등 임명, 정치실종이 빚은 살풍경

새 날 2013. 12. 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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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개최된 4자회담은 내년 예산안 등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둔 채 여야간 촘촘히 얽힌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해 꽉 막힌 국회를 풀어보고자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였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 민주당의 국회 일정 보이콧을 유발한 바 있고, 때문에 국회엔 냉기류가 더욱 강하게 흐르고 있던 찰나였다. 

 

4자회담은 무위로 끝나고, 대통령은 임명 강행

 

하지만 회담은 결국 무위로 끝났다.  여야는 3일 다시 개최키로 합의하였으나 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회담 도중 청와대발로 벼락 같이 전해진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검찰총장의 임명 강행 발표는 가뜩이나 썰렁했던 회담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싸하게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회담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명을 강행해야 할 만큼 급한 무언가가 있었을까?  그도 아니라면 청와대가 보란듯이 상황을 연출한 셈?  이제껏의 행보를 놓고 볼 때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형태의 국민 무시 처사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민의의 전당 국회의 여야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난제 해결을 위해 숙의하고 있는 사이 무척이나 민감한 사안이었던 공직자 임명 건을 대통령이 가볍게(?) 밀어부쳤다는 사실은 결국 철저한 의회 무시 행위에 다름 아니다.  더군다나 일부 후보의 임명에 대해선 야당의 분명한 반대 입장 표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치실종이 빚은 살풍경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있었던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여야 간 합의를 해준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던 약속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깨졌다.  여당대표, 야당대표 그리고 5선의 국회의원 활동이란 화려한 경력을 들먹이며 평소 의회주의자라 자평해 왔던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런데 의회주의자이긴 커녕 오히려 의회를 철저히 무시하며 민의를 짓밟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걸까.  양쪽 귀는 모두 닫아버린 채 국민들의 약속 따위는 모두 저버리고, 오로지 자신에게 유리하고 필요한 것만 원칙 따져가며 취사선택하는 대통령을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임명 강행이 하필 2일, 그것도 여야 대표의 4자회담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전격 강행된 데엔 정치적 감안 등의 특별한 이유가 없었노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과는 달리 다분히 의도적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해지는 부분이다.  야권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냉각된 정국을 풀려고 대화를 시도하던 야당의 뒤통수를 세게 때린 셈이기 때문이다.  아니다.  이쯤되면 뒤통수가 아닌 뺨을 한 대 후려친 격이다.



새누리당 또한 여당으로서의 정치적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끌려가던 패턴을 여실히 드러내며 머쓱해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  여당의 대표가 대표 역할은 하지 못한 채 그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거나 볼모 잡힌 형국이니 정치라는 단어가 집을 나가버리는 건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일 테다.  결국 이러한 모든 현상들, 박 대통령 및 청와대의 독선과 폭주, 그리고 불통이 빚은 정치 실종의 살풍경들이다.

 

종북쓰레기 몰아내자는 국군

 

대통령은 국군 최고 통수권자다.  아울러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며, 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군의 통수권자인 김정은과 북한군, 그리고 노동당이 되겠다.  그런데 수도권에 위치한 육군 제17사단의 신병교육대에서 부모들을 불러놓고 수료식을 진행하는 과정 중 "종북쓰레기 몰아내자"라는 구호가 훈련병들을 통해 복창되었다는 소식이 모 언론사의 특종으로 보도됐다.  이는 단발성이 아닌, 지난해부터 대민 정치 작업의 일환으로 지속적인 홍보가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마이뉴스

 

우리 사회에서 '종북'은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을까.  최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한 사제의 발언으로부터 비롯된 종북몰이의 광풍 현상에서 보듯 현 집권세력은 본래의 의미와는 상관없이 사상검증을 통해 우리 국민들을 '종북' 또는 '종박' 두 갈래 중 하나로 줄세우기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의미의 종북이라면,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가량은 종북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종북쓰레기를 몰아내자던 육군 제17사단, 총부리를 주적에게 들이대고 있는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들이대고 있는 꼴이 아닌가.  부모들은 자식의 늠름하게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고 왔건만 종북쓰레기를 몰아내자며 구호를 외쳐대는 아들들을 바라보며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헌법 무시와 민주주의 부정, 말할 자격 있나

 

국군 특수부대가 18대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여전히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군의 종북몰이, 주적이 아닌 국민을 향한 총부리도 문제지만 또 다른 방식의 군의 정치 개입 정황인지라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2일 감사원장 등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아무리 갈등이 있더라도 헌법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안에 대해선 엄두도 못 내게 해줄 것을 강조했다.  이 무시무시한 발언은 과연 누구에게 하고 싶은 말일까?  국민의 절반인 종북? 

 

하지만 정작 다른 이들보다 국가기관이 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해 정통성을 부여받지 못한 박 대통령 자신에게 해당하는 발언 아닐까 싶다.  아울러 비단 18대 대선 과정에서 노출된 적나라한 부정선거가 아니더라도 앞선 육군 제17사단의 국민을 향한 종북몰이와 정치 개입의 사례를 놓고 볼 때 국군 통수권자로서 과연 그럴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박 대통령께선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을 탓한다'는 성경구절을 음미해 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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