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일베'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라

새 날 2013. 11. 2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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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코스프레 커뮤니티 '일베'로 인해 애꿎은 대학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9월 27일 SBS 8시 스포츠뉴스에서 연세대학교 로고가 일베 회원에 의해 수정된 로고로 잘못 내보내져 우리 사회가 한 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는데, 비슷한 사례가 또 벌어졌다. 

 

일베의 장난에 놀아나는 대학들

 

지난 8일 저녁 7시 50분에 방송된 케이블 채널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의 '2014 대학 가는 법 19' 편에서도 연세대학교 로고가 일베대학교 로고로 탈바꿈하여 방송 전파를 탄 것이다. 

 

 

고려대학교라고 하여 예외는 아니다.  여지없이 일베의 먹잇감이 되어 조롱을 당해야 했다.  지난 8월 20일 SBS 8시 뉴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일베 회원에 의해 만들어진 코알라와 노무현 대통령 합성 이미지가 자료화면으로 둔갑, 등장한 바 있었는데, 이번엔 당시의 이미지를 고려대 로고 속에 교묘히 숨겨놓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가짜 고려대 로고가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해프닝이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데에 있다.  위키백과나 엔하위키처럼 네티즌들이 직접 편집 가능한 인터넷 사전을 대상으로 일베 회원들에 의해 만들어진 장난 이미지 업로드 행위가 그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른 폐해는 일상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26일 구글 검색창에서 '연세대학교'를 검색하면 일베 회원들이 조작한 로고가 학교 설명에 노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단다.  이에 대해 구글 관계자는 검색결과의 원천이 위키백과이기에 실시간으로 반영이 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며, 네티즌들이 얼마든 직접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음 업데이트시 제대로 된 값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이 말인 즉슨 향후에도 비슷한 류의 방송사고나 일상에서의 일베 장난질의 흔적을 흔히 접하게 될 개연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일베에 대해 청소년 보호 조치 권고 예정

 

한편 2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일베 사이트에 대해 청소년 보호 조치를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고'란 어떤 일에 관하여 상대방이 특정 조치를 취할 것을 권유하는 일로서 법률상으로 상대방을 구속하는 구속력은 없다.  그 뿐이다.  즉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란 의미다.

 

지난 2월 방통위는 일베 내 여러 게시판 중 성인게시판만을 콕 집어 청소년유해메체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비단 성인게시판뿐이겠는가.  여타 게시판에도 음란성 글들이 버젓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일베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성경험담, 근친상간, 성매매, 강간, 수간 등의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으며, 해당 글들은 노골적인 묘사가 포함돼 있어 음란물 수준 이상이었고 이미지가 포함된 경우도 다수였단다.



하지만 음란물만의 문제가 아니다.  때로는 마약이나 자살과 관련한 글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미 커다란 사회적 지탄이 된 바 있는 지역차별, 역사왜곡, 노골적 여성비하, 인종차별과 같은 표현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상상 이상의 일들마저 일베 내에선 흔히 일어나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적극 권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극적인 글을 써야 회원등급이 높아지는 일베 시스템이 이와 같이 도를 넘는 일탈을 자꾸만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일베 회원들 스스로 '표현의 자유'라 일컫는 일탈행위는 결국 긴 후유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 7일 일베 회원을 검찰에 고소하는 등 최근 적극적으로 일베와 소송을 벌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권고로는 어림없다.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라

 

일베가 가공해낸 폐해는 성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를 위협해 오고 있다.  아이들에게까지 무방비로 노출된 이들의 일탈은 특히 더욱 우려스럽다.  정보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아이들의 접근이 너무도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아직 자아가 온전하게 자리 잡히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 상상 초월의 일탈행위와 같은 자극에 노출시켜 자칫 올바른 자아 형성의 기회를 앗아갈 수 있고, 그릇된 역사 인식마저 심어줄 수 있는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에서의 폐해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일베에 대한 제재에 지극히 소극적이다.  하물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의 지정에도 미온적인 자세를 취해오고 있다.  일단 권고 처분을 해보고 시정되는 상황을 봐서 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방통위의 대책은 사후약방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권고는 그저 권고일 뿐이다.  일베에게 자정을 바란다는 건 우물에서 숭늉찾는 것과 같이 우매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스스로 수위를 조절 가능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일베의 시스템상 앞으로도 그럴 일은 추호도 없을 테다.  

 

권고 조치로는 어림 없다.  방통위는 지금 당장이라도 일베 사이트 전체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여 우리 아이들의 접근부터 차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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