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손석희 '뉴스9' 중징계.. 퇴행하는 우리 사회

새 날 2013. 11. 2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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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누리당을 비롯한 여권이 가장 애용하는 표현 하나가 있다.  국가관과 안보관, 심지어 조국이 어디인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으름장이 바로 그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제일 혐오하는 집단 북한처럼 통제사회에서나 행해질 법한, 마치 인민재판 내지 마녀사냥의 행태와 유사했다.  아니 모양새가 정확히 그러했다. 

 

사상검증 요구하는 집권세력

 

일찍이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가 시국미사 중 발언한 내용을 꼬투리 삼으며 일제히 총 공세에 나선 그들이다.  청와대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열어 젖혔다.  박 신부의 조국은 도대체 어디냐며 본격적인 색깔 공세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리더니, 이윽고 새누리당 역시 민주당, 정의당 심지어 안철수 의원마저 한꺼번에 싸잡아 정의구현사제단과의 신 야권연대를 이유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는 압박을 가해왔다.

 

 

아울러 28일엔 문재인 의원의 '종북몰이에 대한 분노를 감출 수 없다'는 표현을 놓고 본질을 회피하는 발언을 했다며 역시나 예의 그 국가관과 안보관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한 천주교 사제의 발언 하나를 빌미로 우리 사회 전체를 이념 갈등이란 대혼란에 빠뜨린 집권세력, 그 여세를 몰아 이젠 국민 모두에게 사상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미친듯이 종북몰이한 후 고작 던진다는 질문 수준이 너무도 기가 막히고 유치하여 헛웃음만 나오려 한다.



모든 일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시대는 바야흐로 7,80년대로 되돌아가 복고풍을 풍미하고 있다.  길 위를 지나던 시민들에게 불심검문을 요구하고, 학생이라면 가방까지 뒤져가며 혹시라도 빨간책(?)이나 시위용품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일일이 뒤지던 시대가 떠오른다.  당시엔 학교 안에까지 경력이 주둔해 있었고, 교문 앞에서 가방 뒤지는 풍경은 일상이었다.  지금 같아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실상 형태만 달라졌을 뿐 국민에게 사상 검증을 요구하고 있는 작금의 집권세력의 행태는 당시의 군사정권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손석희 '뉴스9' 중징계 불가피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는 버릇마저 닮아 있었다.  일찍이 재벌과 시장 지배적인 거대 언론사들의 방송 진입을 허용했던 그들이다.  이렇게 억지스레 만들어진 종편 대부분이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을 전파시키고, 그들의 입맛에 맞게 활약하며 이 사회를 편향된 시각으로 가두어 놓는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아울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역사왜곡이나 선정성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선 방통위의 솜방망이 처벌로 제재 시늉만 내면 그만이었다. 

 

ⓒ한겨레신문

 

그런데 이렇듯 대부분의 종편들이 집권세력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간은 다른 움직임을 보인 방송 프로그램 하나가 있다.  다름 아닌 JTBC의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9'이다.  공중파 3개 방송사들의 공정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때문에 지난 9월 16일부터 손 앵커가 진행해 오던 '뉴스9'는 그나마 공정성에 목 말라 하는 우리 사회에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랬던 '뉴스9'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을 다뤘던 뉴스 내용 중 '정부 조처에 부정적인 사람들의 의견만 전했다'는 민원 안건으로 방통위의 심의를 거쳐 결국 재승인 심사 때 감점 대상이 되는 법정 제재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종 결정은 다음달 전체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자신들 눈 밖에 나거나 현 정권에게 유리한 방송을 내보내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며 언론에게 재갈을 물리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과거의 모습과 판박이다.  단지 차이점이라고 하면 총, 칼만 들이대지 않았을 뿐이다. 

 

국민의 생각마저 통제하려드는 사회

 

세계는 바야흐로 다원화된 모습으로 진화해 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와 반대인 단방향의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  국민들의 사상마저 인민재판 내지 불심검문을 통해 직접 통제하려드는 집권세력이다.  '너의 생각을 끄집어내봐 빨간색인지 아닌지 살펴보게'라며 국민들을 한쪽으로 줄세우기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넌 종북'이란 주홍글씨가 온몸에 새겨지며 그야말로 개차반을 당해야 하는 형국이다.  이념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채 모든 국민들을 종북몰이하고 있는 이 슬픈 현실 속에서 과연 이성이란 게 존재하는지 회의감마저 밀려들지 않을 수 없다.

 

ⓒ문화일보

 

과도한 구석이 엿보인다.  그것도 특정 분야만이 아닌, 전방위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져 온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권력을 마음껏 휘둘러라.  국민의 눈과 귀 따위 절대 의식할 필요조차 없다.  그래, 당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라.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새겨들었으면 한다.  이제껏 종교집단과 맞장을 뜨거나 국민과 전면전을 선포했던 지도자 치고 그 끝이 좋았던 예는 일찍이 없었다는 사실을..  

 

복고풍도 복고풍 나름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과거의 흔적들을 느끼며 아스라이 옛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더 없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민을 억압하고 겁박하며 사상의 자유마저 옭아매려 하는 정치적 레트로는 절대 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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