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의 북한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중국 내에서 북한 반대 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선양과 광저우에서 최초 발단된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전국 도시로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인데요. 비록 참가자의 수가 적은 소규모 시위에 불과하지만,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나라 중국이기에 이번 시위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광경인, 북한 반대 시위가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을 놓고 본다면, 단순히 인접국가의 핵무장 때문에 우려되는 자신들의 생존 위협과 이런 결과가 있기까지의 중국 정부가 보여 온 미온적 태도 때문인 것으로 비쳐집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중국 내부의 문제들을 조금만 살펴 본다면 보다 근본적인 다른 이유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듯합니다.
연초부터 발생한 스모그 때문에 중국 전역이 몸살을 앓아오고 있습니다. 일부지역에서는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거나 고속도로가 폐쇄되는 등의 교통대란이 발생하기도 하였구요. 커져가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캔공기'라는 아이디어 상품의 형태로 발현되기도 하였습니다.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기현상도 발생하고 있구요. 이런 현상들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여가며, 결국 민심이 들끓어가고, 중국 지도부를 향한 비난과 불만의 목소리를 더욱 키워가는 셈이 되지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베이징 상공을 뒤덮었던 스모그에서, 자외선과 만나 맹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질소성분이 대량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는 지난 1950년대 미국 LA에서 발생하여 800여명을 숨지게 했던 일명 '광화학 스모그'의 발생 가능성을 높여주는 결과이기도 하구요. 때문에 시민들의 대기오염에 대한 공포감은 극대화되어 '공기 종말론'까지 회자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스모그에 따른 대기오염 문제가 채 불식되기도 전, 이번엔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심각한 식수 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전체 수자원의 3분의 1을 지하수에 의존해 오고 있는데, 관련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8개 도시 지하수 중 3%만 깨끗한 상태이며, 무려 97%에 해당하는 지하수가 오염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그중 64%는 심각한 오염 상태인 것으로 밝혀져, 대기오염으로 인한 충격파와 함께 중국인들을 경악케 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환경 재앙은 고도 경제성장의 필연적 부산물이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 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로 인한 중국 국민들의 원망과 분노가 엉뚱한 쪽으로 표출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자국 문제로 분노게이지를 높여가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였고, 덕분에 이는 그들에게 걱정거리 하나를 더 얹어준 셈이 된 것이지요. 어찌 보면 중국인들이 그동안 차곡차곡 저축해 온 분노에 대한 표출 대상을 북한으로부터 발견해낸 것이라 할 수 있을 듯한데요. 가뜩이나 독성 가득한 스모그와 오염 상태의 지하수에, 이제는 방사능 물질에 의한 오염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니, 중국인들이 불만과 분노의 화살을 북한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일견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만, 이래저래 영 뒷맛이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관련 "중국 일반대중, 어느때보다 북한에 분노"<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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