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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동안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전문회사 나이키는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를 전면에 내세운 광고, "I am the bullet in the chamber" 시리즈를 선보인다. 의족을 끼운 채 쏜살 같이 달려가는, 신기에 가까운 그에게서 마치 '약실을 빠져나가는 탄환' 같은 모습이 연상된다는 게 사실상 무리는 아닌 거다. 스프린터에게 이만큼 적절한 광고 카피도 흔치 않을 듯하다. 지난 14일(현지시각) 그의 여자친구가 '탄환'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면서 해당 카피는 우리에게 전혀 뜻밖의,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나이키의 철학이 담겨져 있다는 "Just do it"은 오히려 그의 이번 행위를 종용하는 듯한 뉘앙스다.
우연치고는 너무도 절묘한 상황인지라 그저 운이 없다 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 보이는 나이키, 불운에 울며 그를 모델로 내세웠던 광고들을 서둘러 내려야만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앞으로 피스토리우스가 등장하는 광고는 더 이상 내놓을 계획이 없다며, 그와의 관계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그어 버린 상태다. 자사의 이미지 타격을 우려한 발빠른 조치로 읽힌다.
한편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를 총으로 살해한 피스토리우스, 19일 예정된 구속적부심에서 그의 보석 신청이 예상되고 있으나, 현지 각 언론에서는 그의 여성 편력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고, 남아공 유력 여성단체 또한 그의 보석을 반대하고 있는 등 여론이 그에게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의 집에서는 스테로이드 약물과 과음 징후가 발견되어 경찰이 그에 대해 약물 검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아울러 피묻은 크라켓 배트의 발견은 그에게 더욱 불리한 정황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물론 그는 여전히 수많은 열성 팬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어 스포츠 선수로서의 그의 장래는 이미 끝난 셈이다. 한때 겸손한 인간성과 두 다리를 잃고도 의족에 의지해, 역경을 헤쳐가며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로 우뚝 섰던 노력에 대해 만인의 열렬한 칭송을 들어왔던 그, 물론 정확한 진실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그에게는 이제 나락으로 딸어질 일만 남은 듯해 씁쓸함을 더해 주고 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그는 과연 '블레이드 러너'가 아닌 '블레이드 Gunner'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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