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단속이 곱지 않은 이유

경찰이 11월 첫날부터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차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서 1일 하루에만 2,000건 가까이 적발했단다.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은 교차로 꼬리물기와 함께 우리의 고질적인 교통 악습 중 하나다.  아울러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관행,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사안임엔 틀림 없다.

 

경찰,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집중 단속

 

그런데 이번 단속, 이제껏 행해졌던 다른 경우와 달리 사전 예고나 계도 없이 갑작스레 실시되어 운전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또한 단속시 부과되는 범칙금과 벌점의 수준도 상당하여 단순히 교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순수한 취지로만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제법 있다.

 

 

게다가 운전자의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기에 대한 당위성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 운전을 해본 운전자라면 신호 변화에 즉각 반응하며 정확히 정지선을 지키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다.  때문에 이를 모를 리 없는 경찰이 사전 계도나 안내 없이 느닷없는 단속을 강행한 데엔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게 한다.

 

경찰은 이번 단속을 위해 기존 캠코더 촬영 영상과 더불어 지역경찰, 방범순찰대, 교통기동대까지, 가능한 모든 역량을 총동원, 이에 쏟아붓고 있다.  그렇다면 왜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기가 갑자기 공공의 적이 된 걸까?  도로가 늘 자동차로 가득 찬 우리네 여건상 이는 운전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반 행위 중 하나다. 

  

 

부족한 세수 확보 위해 서민 주머니 터는 정부

 

정부의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온통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았던 박근혜정부다.  하지만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로 인해 실제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훨씬 밑돌았고, 그와 맞물려 세수 또한 줄어들게 되다 보니 국가 재정 상황에 비상이 걸렸다.  벌써 11월, 곧 한 해를 마감하게 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가장 손 쉬운 세수 확보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각종 단속 강화를 통해 범칙금과 과태료 등의 세수를 늘리는 이른바 '노력세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화물자동차에 대한 불법운송 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단속 건수가 무려 3배나 급증했단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자들이란 사실이다. 

 

 

또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각종 교통법규 및 경범죄 처벌 법규 등을 위반한 시민들에게 부과하는 범칙금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단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교통사고 발생 증가와 올해 초 개정된 경범죄처벌법 시행에 따른 것"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해 보일 뿐이다. 

 

정지선 위반 집중 단속이 곱지 않은 이유

 

결국 정부의 세수 부족분을 가장 만만해 보이는 서민들 주머니로부터 탈탈 털어 메우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물론 앞에서도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 행위는 반드시 없어져야 할 우리의 운전 악습 중 하나임엔 틀림 없다. 

 

횡단보도 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전한 교통사고들을 볼 때 보행자의 철저한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엔 공감한다.  이러한 행위, 워낙 무질서한 시민의식 탓에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관행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차량들로 인해 혼잡해진 도로 여건이 이를 잘 지켜질 수 없게 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서민들에게만 자꾸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지마라며 옥죄는 일 자체도 스트레스로 와닿는데, 거기에 범칙금 폭탄까지 떠안기고 있다.  서민들이 정부의 사금고라도 된단 말인가?  왜 정부는 정작 더 거둬들여야 할 고소득자들로부터는 세수를 확보할 생각 없이 그저 힘없고 만만한 서민들의 주머니만을 호시탐탐 노리는가. 

 

때문에 교통질서 확립과 보행자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운전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횡단보도 정지선 위반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며 범칙금과 벌점을 남발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시선을 곱게 가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