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근혜 대통령, 꼭 프랑스어로 연설해야만 했을까

새 날 2013. 11. 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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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순방 때마다 언론들의 관심은 일시에 박근혜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쏠린다.  이전까지의 해외 순방에선 단연 그녀의 패션이 모든 언론의 관심사였다. 

 

박 대통령, 프랑스어 연설

 

아무래도 대한민국 첫 여성 대통령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그와 관련된 인기를 톡톡히 실감할 수 있었던 터다.  특히 베트남 방문에서는 한복 모델로 변신, 직접 무대에 서며 우리 고유 의상을 한껏 뽐내기도 했던 박 대통령이다.

 

 

프랑스를 공식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 현지시간으로 4일 파리의 메데프회관에서 열린 한-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20분간 프랑스어로 연설을 진행, 현지 참석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고 한다.  물론 이 또한 언론들의 수사적인 표현이리라.

 

연설 내용은 둘째 치고 20분이란 장시간의 연설을 현지어로 직접 진행했다는 대목에서 박 대통령의 범상지 않은 프랑스어 실력을 엿볼 수 있던 기회였다.  아마도 40년전 유학생 신분으로 프랑스에 잠시 머물렀던 인연이 이런 결과로 귀결된 건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지난 5월 미국 방문 당시 의회 연설을 영어로 한 바 있고, 중국 방문 땐 대학강연의 일부를 중국어로도 진행했던 박 대통령이다.  그 만큼 외국어에 능통하고 일가견이 있다는 뜻?

 

프랑스어 연설, 꿈보다 해몽

 

금번 프랑스어 연설에 대한 배경을 언급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설명을 살짝 거들떠 보자.  프랑스인들, 자국언어인 불어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단다.  때문에 불어 연설은 최고 수준의 문화외교이자 프랑스와의 외교에 있어 하이라이트라는 설명도 따라붙었다. 



과연 그럴까?  이정현 수석의 설명, 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가장 적절한 현재의 상황 표현일 듯싶다.  이 수석의 긍정적인(?) 해몽보단 오히려 불어 연설을 통해 프랑스인들로부터 환심을 사 비위를 맞춰주기 위한 제스처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싶다.  물론 외교도 세일즈의 하나이기에 전략상 필요한 부분일 수 있다.  인정한다.  그러나 어설픈 현지어로 연설하느니 차라리 가장 잘할 수 있는 우리의 모국어인 한국어로의 연설이 더욱 떳떳하며 아름답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물론 샹송이나 영화를 통해 흔히 접할 수 있는 프랑스어, 그들의 표현처럼 무척 아름답다.  이 또한 인정할 수밖에 없다.  허나 프랑스어 못지 않게 우리 한국어 역시 매우 아름답다.  박 대통령이 40년 전 유학생이란 개인적인 신분으로 프랑스를 방문했던 상황과 현재는 천양지차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이란 한 국가를 대표하는 공인이다.  

 

당당한 한국어 연설을 보고 싶다

 

이왕지사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연설을 자청한 것이라면 당당하게 우리의 한국어로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어설픈 프랑스어 연설보다 현지의 청중들로부터 훨씬 많은 박수 갈채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보통 외국어에 유창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한국어와 한글 표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가능한 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는 반면, 어설픈 실력을 갖춘 사람일수록 되도 않는 상황에서 혀 꼬부려가며 떠들어대는 모습, 많이 경험해 왔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한국어 살리기에 나서도 모자랄 판에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진행한 연설에서 자꾸 어줍잖은 외국어를 남발하는 것은 상대방의 문화적 자긍심은 높일지언정 정작 우리의 그것을 갉아먹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일회성으로 그쳤다면 박수를 보내는 게 맞겠지만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그것도 모두 소위 강대국들의 모국어다.

 

프랑스 국민들, 자신들의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영어 사용에 능통하더라도 미국에서조차 영어를 사용하는 일 없이 상대방이 알아듣건 말건 모국어로 말한단다.  우리 대통령, 이러한 문화강국 프랑스를 방문 중이라면, 그들의 문화적 자긍심에 대한 태도를 10분지1이라도 좀 본받았으면 한다. 

 

정작 우리나라에선 입을 꾹 다문 채 현안마저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외국에 나가선 그것도 현지어로 대중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강대국 앞에 간이며 쓸개마저 빼줄 듯한 모습 속에선 사대주의의 그림자마저 어른거리는 느낌이다.  우리 고유 의상인 한복 모델로 변신하여 패션쇼에까지 등장했던 박 대통령 아니었던가.  위풍당당한 모습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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