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진과 함께 "탁 트인 한강을 끼고 달리니 정말 시원하고 좋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자전거도로는 자신이 내세운 치적 중 하나이며, 2500억 원이라는 국민혈세가 투입된 사업이다.
그런데 MB가 언급했던 대로 마냥 시원하고 좋기만 하지는 않은가 보다. 교통안전공단이 2012년 10월 한강과 2013년 5월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대해 차례로 안전점검을 실시한 결과 211개의 문제점과 234개 권고사항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도 최종보고가 아닌, 중간보고로 알려졌다. 문제점 모두가 아직 들춰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체로 안전시설 미흡과 포장 불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 그리고 좁은 도로폭 등이 제기됐다. 이쯤되면 MB가 자전거를 타며 자랑하던 것처럼 시원하고 좋기보다는 오히려 안전을 위협해 오는 요소로 인해 늘 조바심을 내며 달려야 하는 곳이 바로 4대강 자전거도로일 듯싶다. 도대체 2500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은 모두 어디에 써버렸기에 이렇듯 부실의 흔적들만 남은 걸까.
아울러 MB가 4대강 자전거길을 달리며 혹여 말 많고 탈 많은 녹색 빛깔 창연한 녹조라떼를 보긴 했을까 모르겠다. 분명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진 않았을 것 같다. 만약 그랬다면 25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개최한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행정관 초청 행사에서의 궤변 따위 없었을 테니..
MB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단다.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도 비판이 있었다. 위축될 것 없고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다니면 된다. 국가지도자라면 치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4대강 사업은 반드시 필요했다. 녹조는 원래 일정 시간 수온이 올라가서 며칠이 경과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지난해에 그린란드에 갔었는데 거기도 녹조가 있더라.
뜬금없는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맞닥뜨리게 되니 꼼수로 들고 나왔던 4대강 사업이다. 이 사업의 시작 전부터 환경 및 토목학자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무수한 반대 의견에 부딪혀야 했다. 사업후 초래될 재앙에 대해 엄중한 경고와 함께 줄기차게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MB는 수많은 의견들을 묵살한 채 끝내 사업을 강행하고 말았다.
22조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참담했다. 사실상 운하의 전단계로 만들어진 16개의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수면을 뒤덮고, 수질은 사업 이전보다 훨씬 오염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4대강의 생태계는 평형을 잃고 파괴됐다. 총 41종의 법정 보호종이 서식 중이었던 4대강, 현재는 18종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진다.
4대강을 사업 이전으로 복원하려면 22조원의 혈세가 더 투입돼야 한다는 한 연구보고도 있다. 4대강의 형태야 돈을 투자해 얼마든 복원할 수 있다 치자. 문제의 심각성은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해도 무너진 생태계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 못한 환경단체가 직접 나섰다.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이명박 전 대통령 및 관련 책임자들을 4대강사업과 관련한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은 4대강 사업이라 속인 채 국민이 반대하는 대운하사업을 강행했고, 그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 비리까지 자행됐다. 국민고발인단 3만9000여명의 이름으로 고발한다.
4대강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국감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연일 이에 대한 성토가 이뤄지며 생태계 복원을 위해 박근혜정부의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사업이 환경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황이고, 국감에서도 성토의 대상이 된 마당에 이 사업을 총괄 진두 지휘했던 전임 대통령은 자중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닐까.
그런데 오히려 자신이 부실하게 만든 4대강 주변 자전거길을 달리며 자화자찬을 늘어놓거나 과거 함께 일했던 인사들을 불러모아 4대강 비판에 대해 당당하게 임하라는 주문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얼토당토 않다. 게다가 "녹조는 수질이 나아졌기에 발생한 것"이란 궤변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기 힘든 수위의 발언이다. 누구 말마따나 녹조라떼 한 잔 배달해 주고 싶은 심정이다.
4대강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극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 만큼 이 사업과 연계된 각종 비리가 의심스럽다는 의미다. 앞으로 4대강 사업의 공과는 사법부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사업에 대한 평가, 이를 주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자화자찬뿐이 더 되겠는가. 역사의 평가에 맡겨져야 할 테다. 사법부에서 비리 사실이 낱낱이 파헤쳐져 사업을 주모한 자들과 비리에 연루된 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며, 사업에 쏟아부어졌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국민 혈세 또한 모두 환수 조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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