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이다. 새롭고 다양한 의혹들이 연일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는 매우 핫하다. 더불어 윤석열 사태로부터 촉발되어 검란으로까지 무한 확대하게 만든 국정원의 수만 건에 달하는 불법 트윗은 다시금 고조된 야권의 부정선거 규탄 분위기를 더욱 달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바마와 박 대통령, 도대체 23일에 무슨 일이?
국정원과 국군 등 국가 권력기관들의 전방위적인 대선 개입 흔적이 점입가경이다. 그 어느 때보다 여권에 대한 비난과 성토가 강하게 이어지며 압박 수위가 높아짐은 너무도 당연하다. 급기야 23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문재인 의원이 직접 전면에 나섰다. 대선에 대한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박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박 대통령, 겉으론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속으론 진땀을 흘릴 만하다. 가뜩이나 정권의 정통성 문제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의원이 아킬레스건을 세게 걷어찬 꼴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선 여전히 아무런 대응 없는 무심한 자세를 취해 오고 있다.
한편 23일은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에게도 최악의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찬가지로 국가 권력기관의 불법 행위 때문이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와 격앙된 목소리로 미국 정보기관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도청하고 있는지에 대해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에 대한 미 국가안보국(NSA)의 도청 정보를 독일 정부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수 년에 걸쳐 휴대전화와 이메일 등을 도청한 의혹이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한 직후다.
오바마와 박 대통령, 다른 듯 닮은 정치적 상황
국가 권력기관을 이용하여 불법 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오바마와 박 대통령은 닮은 꼴이다. 스노든의 폭로로 촉발된 미 국가안보국(NSA)의 우방국에 대한 무차별 도청을 통한 스파이 활동 의혹, 여전히 오바마 정부를 곤혹스런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21일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도 통화하여 미 정보기관의 감시활동 논란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언론보도가 나간 직후의 일이다. 미 국가안보국이 프랑스의 정계와 재계 인사들을 상대로 하여 무려 7000만 건이 넘는 휴대전화를 도청했노라고, 스노든의 비밀문서를 토대로 르몽드가 보도한 것이다.
국정원과 국가보훈처 그리고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국가 권력기관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대선에 개입한 우리의 상황, 취임한 지 8개월이 지난 박근혜정부의 발목을 아직도 붙든 채 놓아주지 않고 있다. 문재인 의원의 성명 발표 이후 오히려 정국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선불복 대 불법선거 논란으로 양분된 정치권은 막말을 퍼부으며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워 서로를 물어뜯기에 정신 없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정보를 수집할 때 안보와 사생활 보호 사이에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의 도청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외면하고 있어 도청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우방국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하여 전혀 도움을 받지 않았고,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발뼘, 국정원을 셀프로 개혁하겠다고 나서 반대 진영으로부터 무수한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과도 비슷하다.
오바마와 박 대통령, 닮은 듯 다른 정치적 상황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권력기관의 도청 사실을 극구 부인하지 않아 왔고, 향후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도 했다. 여권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과 부정선거에 대한 전면 부인 그리고 박 대통령의 연이은 침묵과 전격 비교되는 대목이며 차이점이라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권력기관들의 불법적인 정치 성향의 댓글과 트윗글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불법이 아니라는 여권의 궤변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하는 걸까. 물론 미국의 경우 국내 문제가 아닌, 우방국을 대상으로 한 국외에서의 행위로 인해 빚어졌다. 우리의 권력기관들이 국내 정치 상황에 직접 개입한 경우와는 엄연히 다른 모양새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같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차피 국가 권력기관이 저지른 불법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놓고 처신하는 두 대통령의 반응과 행동이 천양지차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입 모양만 보며 그에 따라 춤을 추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는 진작부터 실종되었으며, 오로지 대통령의 홍위병 역할만을 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의 침묵이 여권의 궤변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국정 지지도는 44%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57.9%(10월 셋째주 리얼미터 조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겉포장은 다르지만 본질이 같은 사안을 놓고 벌이는 양국 대통령의 사고와 행동 차이는 이로부터 연유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작금의 여권과 박 대통령은 국정원과 국군 등 권력기관의 선거 개입은 인정하면서도 불법과 부정선거는 절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부정선거라는 단어는 천기누설 쯤 되는 모양이다. 오히려 대선불복이란 무시무시한(?) 용어로 야권을 옭아매려 시도하고 있다. 물론 더 이상 피할 곳이 없기에 이런 궤변이 흘러나오리라 생각된다.
부정선거를 인정하며 사과를 하기엔 후폭풍이 너무 두렵고, 그렇다고 하여 증거가 자꾸 드러나고 있는데 무조건 모른 척 하고 있기에도 난감한 상황, 진지를 구축하여 새누리당에게 방어를 맡겨 놓았지만 반대 진영의 명확한 증거에 의해 방어막이 계속 뚫리고 있으니 다급한 마음에 헛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박 대통령이 과연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이 또한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침묵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며, 침묵을 깬다면 그 방법과 수위 또한 어느 정도가 될런지 무척 궁금해지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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