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또 다시 극우 코스프레 집단 '일베'가 그 출처일 듯한 자료를 뉴스에서 사용하여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27일 SBS 8시 스포츠 뉴스는 '2013 정기 고연전'의 일환인 고대와 연대의 농구 경기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자료 화면으로 사용된 연세대학교 로고를 일베 상징의 수정된 로고로 잘못 내보냈다. 연세대학교가 졸지에 일베대학교로 둔갑한 셈이다.
SBS 일베 방송사고, 연세대학교 로고를 일베 로고로
SBS의 일베 관련 방송사고는 이번 한 번만이 아니다. 지난 8월에도 8시 메인뉴스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 이미지를 사용하여 이미 한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때문에 이번 방송사고가 실제로 실수였다고 인정하더라도 두 번의 연속된 실수를 진정한 실수라고 받아들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실수가 잦아지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이는 곧 고의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지난 8월의 방송사고 당시 SBS는 시청자와 노무현 대통령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진상조사 후 관련자 문책을 약속한 바 있다. 물론 실제로 관련자 문책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이번 방송사고 또한 8월의 그것과 비슷한 형태인 것으로 봐선 당시 사과에 진정성이 없었고, 비슷한 사례의 방지를 위해 결코 애쓰지 않았노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 눈쌀이 찌푸려지는 것이다.
이쯤되면 세간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일명 'SBS 일베 직원설' - SBS 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들 중 실제 일베 회원이 존재하고, 이들이 벌인 악의적인 행위 - 이 사실이 아닐까 의심해볼 만 한 여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닐 듯싶다. 하지만 SBS는 용역직원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다가 무지에서 비롯된 단순 실수로 인해 해당 자료를 사용한 것 같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SBS의 잇따른 방송사고, 과연 실수일까?
물론 이와 같은 실수는 그 내용을 떠나 행위 자체만을 놓고 볼 때 평소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소소한 사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하필이면 그것이 우리 사회를 저속한 문화로 오염시키고 있는 일베와 관련되어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용역직원의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 하더라도 이를 방송에 내보내기까지 수많은 검토 절차가 있었을 법한데, 이를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고 그대로 방송을 타게 한 SBS 책임자의 잘못은 용서가 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번 한 번만이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 지난 사고 이후 비슷한 사례를 막기 위해 보다 철저한 검증이 강화됐어야 옳다. 때문에 이를 소홀히한 SBS는 그 어떤 비난과 비판을 피해갈 입장이 못 된다.
SBS는 이번 방송사고에 대해 "그래픽을 제작하고 방송하는 과정에서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한 점에 대해 연세대학교 학생과 동문, 관계자,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SBS의 사과에 대해 이해 당사자 연세대학교는 "SBS에서 먼저 사과문을 게재하고 해당 VOD를 삭제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해줬다. 추가 대응은 없을 것이다. 법적 대응 역시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SBS의 이번 방송사고가 단순 실수로 인정되어 하나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되고, 이해 당사자인 연세대학교에서 특별히 문제삼지 않겠다고 하더라도 그냥 덮고 넘어가기엔 더욱 커다란 문제들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베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다른 해악에 대해선 언급 않겠다. 단순히 이번 방송사고와 관련된 일베식 문화의 일상 침투로 인한 폐해만을 언급해 보고자 한다. 물론 일베의 패악질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의 한계 수준을 이미 훌쩍 넘은 지 오래인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저속한 일베식 문화의 일상 침투가 우려된다
일베 회원들이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들은 마치 일반명사나 유행어처럼 우리 사회에 통용되어 일반인들이 이를 모르고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르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겐 이런 상황에서 더욱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다.
실제 일베 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알려진 바 없지만, 그들이 툭툭 내뱉은 말들 중 일베에서 통용되는 어휘가 섞여있어 팬들로부터 무수한 비난과 원성을 사고, 심지어는 이후로 연예 활동마저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SBS 방송사고의 원인처럼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면 이처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며, 최근 유행하는 말이라고 하여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할 수도 없는,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일베식 용어의 사용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심지어 초등학생들마저 아무 의미도 모른 채 죄의식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데에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그 만큼 우리 생활 저변 속으로 일베의 저속한 문화가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노라는 방증이다.
SBS의 방송사고는 단순한 해프닝이자 단발성의 문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해프닝이 자꾸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미지 사용을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조차 일베에 의해 조작되거나 오염된 작품(?)들이 쉽게 찾아지고, 또 이 이미지들이 애초의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것으로 쉽게 받아들여져 쓰이는 일베식 저속 문화의 일상 침투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베에서 사용되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저속한 표현 양식들이 철모르는 아이들을 통해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이미 철이 든 사람들조차도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게 되는, '일베의 일상화'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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